[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원제약이 먹는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제제 기술을 확보했다. 피하주사 제형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점차 경구용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투여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약물 전달 플랫폼(DDS)을 구축해 선발 주자 추격 속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 성분인 세마글루티드의 소수성 이온쌍 복합체를 이용한 막 투과성 증진 제제를 개발하고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세마글루티드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의 주성분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지만, 고분자 펩타이드 물질의 특성상 위산에 약하고 장 상피세포를 통과하기 어려워 먹는 약으로 개발하기가 까다로운 물질로 꼽힌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경구용 제제인 '리벨서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체내 생체이용률이 1% 내외에 불과해 약효 구현과 투여량 설정에 큰 한계가 있다. 특히 주사제 대비 대량의 활성 원료의약품(API)이 소모되며, 구토나 설사 등 위장관계 부작용 우려도 큰 상황이다.
대원제약은 이러한 난제를 '소수성 이온쌍(HIP, Hydrophobic Ion Pairing) 복합체' 기술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이 기술은 세마글루티드의 분자 구조 자체를 화학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특정 조건에서 음전하를 띠는 약물 부위에 양이온성 반대이온을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 측은 최적의 복합체 형성을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다양한 암모늄 양이온 시약을 스크리닝했으며, 그 결과 '디옥틸디메틸 암모늄 브로마이드'와 '벤잘코늄클로라이드'가 세마글루티드와 결합할 때 최적의 성능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복합체는 소화 효소와 위산으로부터 세마글루티드가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는 동시에, 세포막과의 친화도를 높여 거대 펩타이드 약물이 세포막을 원활하게 투과하도록 돕는다.
실제 인공 지질 막 투과도(PAMPA)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대원제약이 설계한 양이온성 복합체의 투과도는 기존 세마글루티드 단독 제제 대비 30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은 용량의 약물만으로도 강력한 전신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기존 경구용 제제의 최대 단점인 생산 원가 부담과 고용량 투여에 따른 위장관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파이프라인 반영 … 비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탄력
이번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기술은 실제 파이프라인에 반영돼 대원제약의 비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대원제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제제인 'DW-5324'를 개량신약 연구과제 중 하나로 공개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연구를 넘어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회사 측의 의지로 읽힌다.
다만, 해당 파이프라인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분기·반기·사업보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DW-5324가 새로운 성분의 신약이 아닌 데다 아직 전임상 단계의 약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은 DW-5324 개발과 함께 기존 GLP-1 치료제의 약점인 근육량 감소를 억제하는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DW-4222' 개발도 병행 중이다.
DW-4222는 체내 파라옥소나제2(PON2) 단백질을 매개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해 근육을 보존하면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연소시키는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이와 함께 대원제약은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해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효과를 극대화하는 삼중작용제 'DW-4321'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이 같은 다중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투여 편의성 개선(DW-5324), 근육 손실 방지(DW-4222), 체중 감량 효과 극대화(DW-4321) 등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요 미충족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각 파이프라인이 투여 경로와 작용 기전을 달리하는 만큼,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 제품 간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개발 속도다. DW-5324를 포함한 회사의 주요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들이 아직 전임상 또는 초기 연구 단계에 있는 만큼, 신속한 임상 진입과 후속 데이터 확보가 선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