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의 첫 관문인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추진한다. 그동안 복잡한 절차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중국이나 호주로 발길을 돌렸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을 다시 미국 본토로 불러들이겠다는 강력한 '리쇼어링(본국 회귀)' 의지로 풀이된다.
FDA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27 회계연도 예산요구서'를 확정, 발표했다. 2026년 10월부터 적용되는 이번 예산안은 2027 회계연도 예산으로, 전년 대비 1억 6000만 달러 증액된 72억 2700만 달러(한화 약 10조 8990억 원)로 편성됐다. 이 예산은 정부예산 33억 600만 달러와 기업들이 부담하는 사용자수수료(39억 2100만 달러)로 구성돼 있다. FDA는 2027년도 예산을 통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 간소화 및 바이오시밀러 승인 간소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동물 실험 대신 대체 시험법" … 중소 바이오사 겨냥한 '신속 IND'
이번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새로운 임상시험 통지 경로인 '신속 IND' 모델의 신설이다. 기존 IND는 방대한 전임상 데이터와 복잡한 서류 요구로 인해 소규모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미국보다 절차가 간소한 중국과 호주에서 초기 임상이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FDA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대체 시험법(NAMS)으로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일부 1상 임상에 대해 선택적 위험 기반의 신속 경로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임상 단계의 동물 실험 중복 데이터를 대폭 줄여 개발 비용과 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리쇼어링 및 온쇼어링을 지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와 맞닿아 있는 조치"라며 "미국 기반의 1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가속화된 경로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바이오시밀러 '상호 교체성' 폐지 … "유럽 수준으로 규제 완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더 파격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혼란을 줬던 '인터체인저블(Interchangeable, 상호 교체 가능)' 바이오시밀러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일반 바이오시밀러와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를 구분해 법적 지위를 달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승인된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참조 제품)과 상호 교체가 가능한 제품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미 상호 교체를 전면 허용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접근 방식과 일치하는 조치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FDA는 신청자가 요청할 경우 효능 평가를 포함한 비교 임상 시험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명문화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면 중복적인 대규모 임상을 면제해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 단일 부서 집중 검토로 승인 효율 극대화
행정적인 효율성도 높인다. 기존에는 바이오시밀러 신청서를 오리지널 의약품 담당 부서와 별도 부서 등 두 곳에서 검토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바이오시밀러 검토 및 허가를 전담하는 단일 부서에서 모든 과정을 총괄하도록 공중보건법(PHS Act) 제351조를 개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FDA의 이번 행보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7일 헬스코리아뉴스에 "미국 시장 진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직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히 동물 실험 대체와 임상 면제 조항은 신약 개발 전략을 완전히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