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100곳 옥외광고비 약 3억원 지급, 다수 조합원·조합대의원 운영 업소

롯데건설 옥외광고 모습 / 사진 = 조합원 제공
롯데건설 옥외광고 모습 / 사진 = 조합원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옥외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 일대 호프집과 가구집 등 상점 30곳과 공인중개업소 70곳 등 약 100곳에 달하는 업소와 옥외광고 계약을 맺고 총 3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지급했다. 

이들 업소 가운데 상당수는 한남2구역 조합원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여기에는 일부 조합 대의원이 소유한 곳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측은 '옥외광고유지보수비용'으로 월 100만원을 2개월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체결했고 "타사 홍보활동 지지와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도 받은 것을 나타났다.  

이는 입찰지침 상 즉시 입찰자격 박탈에 해당될 뿐 아니라 현행법 상 추후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당할 수도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계역처리업무 기준 14조 4항은 홍보를 목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에게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광고물은 불법 옥외광고물로 공인중개사법에도 위반돼 이미 용산구청으로부터 철거 계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의 2항에 의하면 시공권을 받는 건설사가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금품을 제공하면 국토교통부장관은 1년 이내 영업정지나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더욱이 롯데건설은 올해만 이미 두 차례나 같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건설의 이런 수주행위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한남2구역 한 조합원은 "최근 인근에 OS(홍보용역업체)요원들도 많이 보이는데 홀로그램 광고 등 홍보비를 과도하게 쓰는 것 같다"며 "결국 다 조합원들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하이엔드 브랜드라고 해놓고 지저분한 길바닥에 붙어 있는 광고를 보면 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고품격 단지를 만들겠다는 건설사가 마구잡이식 홍보를 전개하는 것 같아 품격 떨어져 보인다"고 털어놨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정·비리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많아 입찰 단계부터 이런 우려가 있는 시공사를 제외해버리는 곳도 늘고 있다"며 "사업의 성패가 기간 단축에 달려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조합원들이라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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