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 고갱의 의자
빈센트 반 고흐 / 고갱의 의자

 

인질범 / 이영광

십년을 쓰던 의자를 내다버리는 아침

세상도 버려온 내가 가구 따위를 못 버릴 리 없으니까,

의자를 들고 나가 놓아준다

의자도 버리는 내가,

십년을 의자에 앉아 생각만 해썬 사람을

버리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사람도 안고 나가 놓아준다

이것은 너른 바깥에 창살 없는 새 감옥을 마련해주는 일

이제 그만 투항하여

광명 찾자는 일

늙은 의자는 초록 언덕 아래로 실려가고

고운 얼굴, 풍악風樂처럼 공중을 날아간다

잘가라, 탈출이라곤 모르던 인질아​

인사하면

잘 있어라, 포기라곤 모르던 인질범

답례하며

사정을 말하자면,

내게는 겨우 새 의자가 하나 생겼을 뿐이나

사정을 숨기자면,

다시, 투항이라곤 모르는 인질범이 되었을 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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