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서 딸 잃고 상실감, 유대감 경험
“존중을 받길 원하는 대로 존중해야”
“범죄·잔악행위, 역사 일부로 볼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딸을 잃은 상실감과 유대감을 나눈 바삼 아라민(55)과 라미 엘하난(73). (출처: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딸을 잃은 상실감과 유대감을 나눈 바삼 아라민(55)과 라미 엘하난(73). (출처: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천지일보=정승자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예상 밖의 우정을 나누는 양국 가장들이 있다.

라미 엘하난(73)과 바삼 아라민(55)은 몇 세대 동안 그들의 고국을 집어삼킨 치명적 분쟁을 겪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엘하난은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했던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아들이다.

아라민은 전 팔레스타인 전사로, 이스라엘인들에게 수류탄을 던진 혐의로 17세에 투옥된 바 있다.

하지만 엘하난과 아라민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을 통해 친밀한 유대감이 생겼고 이젠 서로를 형제처럼 여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계속된 맹렬한 분쟁으로 엘하난과 아라민은 딸을 잃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비르와 스마다르. 당시 아비르는 10살이었고 스마다르는 14살이었다. (출처: ABC뉴스 홈페이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비르와 스마다르. 당시 아비르는 10살이었고 스마다르는 14살이었다. (출처: ABC뉴스 홈페이지)

2005년 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사들이 만든 비영리단체 CFP(Combatants for Peace)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8년 전 엘하난은 당시 14살이었던 딸 스마다르를 잃었다. 스마다르는 친구들과 쇼핑을 하던 중 세 명의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테러범들에 의해 사망했다.

엘하난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딸을 찾기 위해 거리를 달렸다”며 “병원들과 경찰서들에 다니며 길고도 절망스러운 시간이 지나갔고, 늦은 밤 결국 시체 안치소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 광경을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아라민의 딸 아비르는 당시 10살이었다. 아비르는 이스라엘 군인이 쏜 고무탄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아라민은 “딸이 태어났던 하다사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주민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 잔해 사이에 지어진 텐트 안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주민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 잔해 사이에 지어진 텐트 안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그 비극으로 인해 엘하난은 힘겨워했다. 그와 아내는 아비르의 곁에서 꼬박 이틀을 보냈다.

곧 아라민과 엘하난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희생자들을 위한 단체 PCFF(The Parents Circle-Families Forum)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엘하난은 “그때 나는 47살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거리의 노동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닌 사람으로서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내가 짊어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짐을 짊어지고 나처럼 고통을 받던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 엘하난과 아라민은 그들이 겪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아이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 잔해 사이에 지어진 텐트 안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아이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 잔해 사이에 지어진 텐트 안에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0년간 엘하난과 아라민은 고국의 분쟁을 끝내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국가들을 다니며 회의, 학교 행사, 공동체 포럼에서 연설했다.

엘하난은 “우리의 운명은 서로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저 서로 대화하는 것”이라며 “당신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이 존중을 받길 원하는 대로 옆에 있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다른 길이 아닌 평화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현재 그들의 고국에선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라민은 “언젠가 우리는 평화롭게 살며 지금의 범죄와 잔악 행위를 역사의 일부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삼 아라민(55)과 라미 엘하난(73)은 여러 국가들을 다니며 평화와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처: ABC뉴스 홈페이지)
바삼 아라민(55)과 라미 엘하난(73)은 여러 국가들을 다니며 평화와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처: ABC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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