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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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부의 화두이긴 하지만 특히 지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고민하고 집중했던 것은 일자리 문제였다. 많은 정부 사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낮은 취업율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다. 그 결과 5년간 12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한다.

일자리와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서 눈에 띄었던 것은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 중 많은 부분이 노인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 관계 등에 있어서 좋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인을 포함한 중장년들이 정부 주도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복지의 대상으로 넓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는 OECD 37개 국가 중 저출산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중 하나다. 그리고 금년 2월에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50세 이상 중장년이 전체 인구의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50세 이상을 생계와 연결된 복지의 대상자로 보고 현재의 방법처럼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면 복지를 포함한 일자리 관련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에서 말하는 취약계층의 여러 대상 중 55세 이상의 중장년도 포함된다. 물론 이들은 퇴직 후 재취업의 사각지대에 들어와 있기에 정부 지원의 대상자가 될 수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복지대상자가 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상상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가 기억난다. 많은 기업들에게 55세 이상의 중장년들을 채용하면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적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고, 실제 기업에서 취약계층의 대상으로 중장년들을 추천받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상우리가 했던 사업을 최근 돌아보면서 사회적으로나 우리 스스로가 그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그들이 사회문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성과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사회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주체가 되어 가고 있다'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현대자동차, 고용노동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함께 5년째 운영중인 중장년 일자리 프로젝트 ‘굿잡5060’ 사업을 소개할 수 있다. 이 사업은 5년간 1000명의 퇴직 중장년들에게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여 사회적경제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5년차에 접어든 금년까지 수료생 중 60%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며 국내 중장년 일자리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높은 취업율 외에도 많은 임팩트를 만드는 사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서 중장년을 채용한 기업 인터뷰를 보면, 해당 기업의 대표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채용한 중장년들이 회사가 성장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기여를 해주었고 이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들을 취약계층으로만 보고 채용한기업도 있었는데, 사실 실제로는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지난해 퇴임한 대기업 임원과 청년이 한 팀을 이루고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업을 파일럿 형태로 운영했다. 이 사업의 본래 목적 중 하나는 퇴임한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활동을 제공할 것인가 였다.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목적을 이룬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성공적인 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 좋은 멘토가 됐다는 것이었다. 컨설팅을 받은 기업에게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면서 기업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까지 제시해주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를 통해 중장년들은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취업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하나파워온 세컨드라이프’라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 사업은 지역(지방)에 고향을 두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장년들에게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그들의 고향 혹은 다른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장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들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지역’이라는 시장을 대상으로 시작을 했지만, 최근에는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 서울과 지역의 인재격차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의 인구감소문제 해결 등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집중하고 있다. 이 또한 중장년들이 가진 경험과 지혜가 바탕이 되어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해결을 하는 주체가 되어 가고 있는 사업인 것이다.

얼마 전 5월 초에 SK행복나눔재단에서 소셜 이노베이터의 혁신 사례를 공유·논의·확산하는 소셜 플랫폼 SIT(Social Innovators Table) Talks 행사가 열렸다. 주제는 ‘고령 사회 신중년의 삶과 일’였다. 에버영코리아 정은성 대표와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의 발표가 있었고 이들과 함께 하는 대담의 모더레이터로 필자가 직접 참여하였다.

소셜 플랫폼 SIT(Social Innovators Table) Talks 행사현장./출처=신철호 대표
소셜 플랫폼 SIT(Social Innovators Table) Talks 행사현장./출처=신철호 대표

행사에서는 에버영코리아에 취업한 시니어들이 기업과 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패스파인더가 진행하는 지역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장년들이 해당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대표들과의 대담에서도 많은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그 가운데 김만희 대표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것은 바로 “중장년은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사람들의 무의식중에 중장년들은 우리가 케어해야 하는 복지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꼬집는 말이었고 우리가 인식을 새롭게 하는 핵심을 나타내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중장년의 일자리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서 이것이 사회적 가치라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장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어떤 임팩트가 생길지를 깊이 고민하고 이러한 방식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만들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중년들이 사회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라는 인식을 모두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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