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협동조합 임원진과 직원들이 일년 중 가장 바쁜 때입니다. 올해도 저는 여러 협동조합에서 사업의 전 영역을 살펴보는 감사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살림살이가 빠듯했습니다. 한 해 동안 힘겨운 상대를 만나 열심히 싸우고 달려오신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업과 조직이 비대면 방식으로 성과를 내야 했기에 어려웠습니다.

감사는 흠결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이 줄지 않았다면, 조합원들의 변동이 크게 없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과인 한해였습니다. 

감사(audit)라는 말은 ‘audi’라는 라틴어에서 기원한다고 합니다. ‘묻는다’라는 뜻입니다. audio(오디오)나 audience(청중)와 어원이 같은 말입니다. 감사의 사전적 의미가 업무 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것인데, ‘보는 것’보다 ‘듣는 것’에서 파생된 말인 게 생소하고 흥미롭습니다. 

생각하건대, 살림살이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 소통을 잘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이 위에 쓰인 글자와 숫자 이면에 담겨있는 의미를 잘 새겨 경청하기 위해서 ‘듣다’가 더 맞는 말이 되는 겁니다. 올해는 정말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해였습니다. 이사장님들이나 실무자들이 그동안 힘들게 담아두었던 일을 쏟아 내실 때,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는 것 말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정말로 협동조합의 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두 명의 감사가 있는 협동조합이라면 회계감사와 사업감사로 역할이 나뉩니다. 회계감사가 협동조합의 경제적 가치를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하는 거라면, 사업감사는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제시하는 일입니다. 절차와 과정에 대한 흠결을 따지는 것도 그에 따른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협동조합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유럽의 사례를 보면 협동조합의 감사 권한은 법에 의해 그 협동조합이 소속된 연합회에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업종별 연합회가 개별 협동조합들을 감사합니다. 

연합회는 감사위원회를 따로 조직해 회계감사는 물론 업종별 전문성, 건전성, 정체성 및 연합회와 개별 협동조합 사이의 상호성에 대한 감사도 진행합니다. 상호성이란 개별 협동조합의 사정(설립연차, 규모 등)에 따라 연합회의 지원사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되는지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연합회 차원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기관은 아직 없습니다. 업종별로 연합회를 꾸려 감사를 진행해야 협동조합의 성장규모, 사회적가치 실현 여부 등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준비할 단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연합회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연합회의 발전 전략에 맞는 감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할지 충분히 논의돼야 합니다. 동시에 사회가 요구하는 협동조합 정의와 원칙에 의거해 감사를 진행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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