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올해 2번째 SOVAC이 열렸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 24일 올해 2번째 SOVAC이 열렸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요리, 나무, 물리학. 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는 ‘협력’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인다.

24일 열린 SOVAC은 ‘세 남자의 세상을 바꾸는 힘, 협력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 이욱정 PD,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나와 각자 분야에서 경험한 협력 사례를 공유했다. ‘SOVAC(SOcial VAlue Connect)’은 SK그룹이 여는 사회적 가치 축제다.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온라인으로 '먼슬리 소백(Monthly SOVAC)'을 진행한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이욱정 PD는 먼저 식당의 탄생을 협력의 산물로 해석했다. 그는 “집밥만 먹던 사람들이 식당을 만들면서 밥의 공간이 집 밖으로 외연을 확장했다”며 “이는 진일보한 사회적 신뢰와 협력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욱정 PD는 KBS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의 요리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이욱정 PD는 KBS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의 요리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식당은 오늘날 도시재생의 성공 열쇠가 돼주기도 한다. 이 PD는 영국 런던 ‘메르카토 메트로폴리타노(Mercato Metropolitano, MM)’의 예를 들었다. 쇠락한 종이 공장 자리에 들어선 ‘도시형 시장’이다. 공장식 프랜차이즈 가게가 아닌 푸드마켓으로 구성돼있다. MM은 맛집 유망주를 발굴해 자본 없이 식당을 열 수 있도록 설비를 제공하고, 고정액이 아닌 매출액에 따른 임대료를 산정했다. 입주 식당의 부담이 적었던 이유다. 아울러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친환경 유기농 재료와 그 지역에 있는 농부의 작물로 만들었다. 이 시장은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 확산 속에서도 작년 한 해 한화 약 15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PD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을 이룬 사례도 들었다. KBS 사내 벤처 ‘㈜KBS요리인류’ 대표로서 회현동에서 했던 마을 도시락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과 주변 사무실 고객의 발길이 끊긴 회현동 식당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와 손을 잡았다. 식당 대표 메뉴로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주변 식료품점이 식당에 재료를 공급하며 상권이 함께 부활했고, 월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다. 그뿐만 아니라 식당들은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기부했다. 이 PD는 “진정한 의미의 협력과 상생을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개개인이 즐겁고 쉽게 나무를 심는 방법을 연구한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개개인이 즐겁고 쉽게 나무를 심는 방법을 연구한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이어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가 나무 한 그루에 담긴 협력의 가치를 소개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즐거운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히며, 나무 심는 게임을 개발한 경험을 공유했다. 스마트폰 게임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마고치’를 키우듯 나무를 키우면 실제 조림 사업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게임 아이템 안에 기업 광고를 넣고, 그 광고비로 나무를 심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해 숲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 수만큼 나무도 많이 심어졌다. 그 결과 110만명이 세계에 43만 그루를 심어 세계 10개국에 75개 숲을 조성했다.

트리플래닛은 2017년부터 ‘반려나무 입양’이라는 사업모델로 개인이 나무를 심는 방법을 전파 중이다.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키우는 거다. 트리플래닛에서 커피나무, 몬스테라 등 반려나무 한 그루를 구매하면 추가로 한 그루를 숲에 심는다. 반려나무를 판 수익의 절반은 숲 조성 기금으로 사용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산불 피해 지역 등에 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기정화 식물 수요가 늘고,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결과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눈앞에 놓인 위기가 됐다는 걸 누구나 상식으로 여긴다”며 변화를 체감했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는 '좁은 세상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소개했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는 '좁은 세상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소개했다./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마지막으로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가 과학자의 시선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을 분석했다. 그는 ‘좁은 세상 효과(Small World Effect)’를 소개했다. 좁은 세상 효과는 임의로 선택한 두 사람도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연관이 된다는 내용으로, 통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1960년대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는 네브래스카주 도시 오마하에서 임의로 정한 시민 160명에게 편지를 보내 보스턴 증권 중개인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160통 중 42통이 실제로 증권 중개인에게 전달됐는데, 중간에 거친 사람은 평균 5.5명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사람이 연결된 세상”이라며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결, 공감의 작은 차이가 미래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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