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컨퍼런스' 개최
재생E 확대 발맞춰 계통강화·ESS 연계 필요 한목소리

전력거래소가 개최한 서울국제전력시장컨퍼런스에 참석한 발제자와 패널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윤대원 기자)
전력거래소가 개최한 서울국제전력시장컨퍼런스에 참석한 발제자와 패널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윤대원 기자)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력시장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통적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배출량을 낮추는 한편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가 세계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흐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이지만, 반대로 계통 운영 측면에서는 큰 과제를 남긴다. 발전량에 대한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새로운 계통 운영에 대한 업계의 고심거리 중 하나다.

7일 전력거래소(이사장 정동희)가 개최한 '제18회 서울국제전력시장컨퍼런스'는 이 같은 고민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각자의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발제와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해소를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와 계통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했다.

◆"ESS 연계한 하이브리드형 전원이 경제성 더 높다"=이날 발제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춰 계통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ESS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제자로 나선 김형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 수록 수요가 하락하면서 피크시간대의 태양광 한계비용은 0원에 수렴한다. 점차 떨어지는 사업성을 뒷받침할 원동력이 필요하다"며 "태양광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ESS를 함께 사용할 때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연구원은 "최근 가격 특성이 바뀌면서 가격이 높은 시간대는 보통 4~5시, 일몰 이후 7시인 반면 태양광을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일몰 이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ESS와 태양광을 페어링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략이 발전량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수명이 20~30년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같은 장기적인 자산의 경우 ESS를 통해 이를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계통운영자 Terna의 CEO이자 세계 15대 전력 계통운영자 협의체인 GO15을 이끄는 Stefano A. Donnarumma 회장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하루 중 피크시간과 함께 잔여 에너지를 해소할 저녁 시간대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유럽도 신규 ESS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데, 저장장치 투자를 촉진하도록 전력시장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ESS의 필요성에 대해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한국에서는 ESS가 단순한 저장기능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통해 보조하는 형태로 가다 보니 무리하게 저장·방전을 많이 하는 형태로 운영돼 화재의 원인이 됐다. 사실상 ESS 시장에 타격을 주는 계기만 됐다"며 "계통과 무관했던 기존 운영이 많이 해소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생에너지를 급전자원화 시키는 VPP 확대를 통해 ESS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단주기가 아닌 장주기 ESS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와 함께 패널토론자로 나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공공 분야의 ESS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 교수는 "ESS와 재생에너지의 결합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ESS의 특성상 대규모 ESS 설치를 위한 공공 투자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한전이 처음에 주파수조정용 ESS를 할때도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떨어졌다. 공공의 사업추진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한국의 ESS는 너무 배터리에만 집중된 측면이 있다"며 "양수발전과 현재 논의만 되고 있는 섹터커플링 등의 활성화 조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도 패널토론을 통해 "ESS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ESS는 안전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안전 부분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유로의 재생에너지 설치에는 1유로 이상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많은 양의 전기가 생산되더라도 이를 수요지까지 이동시키기 위한 전력망 투자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망 보강 필요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전 발전원에 걸쳐 제기되는 전력망 부족 문제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세션 발제자로 나선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전력안보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원자재 공급망이다. 발전연료가 되는 석탄과 천연가스는 어떻게 가져올건지,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면 재생에너지나 ESS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와 광물에 대한 이야기"라며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는 것이 전력망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수립한 모든 전력정책에서 전력망 계획이라는 것은 항상 전원계획을 수립한 뒤에야 뒤따라오는 것이었고, 심지어 법정 계획도 아니다"라며 "지금 같이 변화가 큰 시장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발전계획을 먼저 세우고 송전계획 세우다보니 생기는 딜레이를 '선 계통계획 후 발전계획'으로 순서를 바꿔서 해결하자는 건 이미 오래된 계획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참고할만한 해외사례로 EU의 E-하이웨이 2050 계획을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통해 확률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요 증가 예상, 재생에너지 확산 추세, 신도시 건설계획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서 거기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송전 수요부터 보강을 하도록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접속신청이 미래에 발생한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계통 보강을 시행함으로써 송전 수요를 빠르게 해소하는 방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먼 경로의 계통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긴 경로를 우회하는 방식과 중간에 지름길을 만드는 것 중 지름길을 만드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며 "최근 논의되는 서해안 HVDC 등이 이 같은 지름길의 한 갈래가 될 것이다. 발전원 확충계획만으로는 수급계획 실천이 어려우며, 충분한 대안이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종합적으로 실현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영탁 교수는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수용성 확보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수한 애로사항"이라며 "특히 앞으로 비전력의 전기화를 통해 수요가 2.5배씩 더 늘어난다고 하면 현재 상황에만 수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계통 확보와 함께 수요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유승훈 교수는 "옳은 주장이다"라면서도 "그러나 한전이 전력망을 깔기 위해서는 예타를 통과해야 하는데, 발전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예타를 통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급계획에 반영된 설비를 보완하기 위한 계통보강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제때 계통보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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