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네가 바로 성신 우주 그 자체이니

이태상

어떤 ‘선물’이나 ‘상’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즐겁고 흐뭇하며 행복하지 않던가. 그래서 선물이나 상은 언제나 남에게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애인이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손자 손녀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본 사람이면 다 느끼는 일이다. 궂은일은 차라리 내가 겪고 좋은 일만 네가 누리기를 빌면서 아무리 주고 또 줘도 부족해 더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리가 어느 누구의 추천으로 상을 받아 남의 인정과 평가를 받아 야만 자신의 존재 이유와 존재가치가 비로소 생기는 게 결코 아니다. ‘예술 작품’이란 것도 굳이 말하자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자연과 삶의 ‘모조품’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실물’보다 그 ‘그림자’를 더 애지중지하지 않는가.

 

그뿐만 아니라 있는지도 없는지도, 설혹 있다 해도, 어떤 분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중성인지 무성인지 모를 ‘신神’이란 존재에 대해 누구도 절대적으로 알 수가 없는데 그 누가 감히 주제넘게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으랴. 자신을 포함해 우주만물을 제대로 순간순간 사랑하고 섬기지도 못하면서 ‘허깨비’ 같은 독선 독단적인 존재를 모시고 경배한다는 게 말이 될 법이나 한 일인가.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온갖 ‘허깨비 굿타령’을 졸업하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과 홍익만물의 ‘인생학업’에 매진하는 일이 이 우주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 Robert H. Frank가 쓴 ‘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는 2016년 나온 책이다. 이 책 이 2018년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란 제목으로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됐다. 노력했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고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걸 여러 사례와 경제학적 모델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노력이냐’ ‘운발’이냐의 문제인데 나는 제3의 ‘대응방식’을 내가 적용해 온 대로 제시해 보리라.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88년 동안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은 꿈도 못 꾼 일이다. 돌이켜 보면 60여 년 전 내 첫사랑이 이루어졌더라면 나 자신이, 아니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아니 우주 만물이 ‘코스미안’임을 깨닫게 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린 소년이 한 송이 아주 작은 소우주 코스모스꽃을 사랑하다가 대 우주 코스모스를 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노라면 우연히 전화위복이나 전복위화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복福’이나 ‘화禍’가 닥쳤을 때 이에 대해 각자가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지 않던가. 성공의 정상에서 자만하다가 추락하는가 하면 실패와 절망의 잿더미에서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비상할 수 있다. 그 예로 내가 직접 최근 겪은 한두 사례를 들어 보리라.

 

2017년 9월 자연과인문 출판사에서 ’39 프로젝트’와 ‘태미사변泰未思辨’이란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올 수 있도록 모든 기획을 총괄한 아주 유능한 서울대 재학 중이던 여학생에게 2018년 3월 옛 ‘사상계’ 같은 지성 계간지 ‘코스미안’ 창간 프로젝트를 맡겼었다. 그런데 어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인지 몰라도 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무산되는 바람에 훨씬 더 의미 있는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신문 ‘코스미안뉴스’ http://www. cosmiannews.com 를 2018년 7월에 창간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생의 삶을 소재로 ‘자연과인문’ 출판사와 코스미안뉴스 대표 전승선 시인께서 집필해 2018년 6월 출간한 실화소설 ‘코스미안’의 영문번역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데보라 스미스 양에게 적극 의뢰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게 되는 바람에, 내가 직접 영문으로 내용 일부를 수정 번역하면서 새로운 영문원고가 완성되었다. 이를 처음으로 그 일부를 코스미안뉴스에 연재하다가 영문판 ‘Cosmian’이 2019년 가을 그리고 그 후속편 ‘Cosmian Rhapsody’가 2020년 가을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 27일 ‘코스미안뉴스’ 제1회 코스미안상 시상식과 응모작 선집 ’69 프로젝트’ 출판기념회가 서울 세종 문화회관에서 열렸고, 지난해 2020년 가을 제2회 코스미안상 시상식과 응모작 선집 ’49 프로젝트’ 출간기념회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비대면으로 거행되었으며 2021년 제3회 코스미안상 시상식과 응모작 선집 출간기념회가 비대면으로 있었고 2022년 제4회 코스미안 시상식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했으며 2023년 제5회 코스미안상 시상식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다. 그리고 2024년 올 가을 제6회 코스미안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다. 세상사 새옹지마/새옹득실이라고 찾다 보면 찾아지는 것 같다. 2018년 85세로 타계한 인도계 영국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V S 나이폴이 생전에 한 말이 떠오른다.

 

“난 내가 열고 싶은 문이 어떤 문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문을 두드렸다.”

 

이 말을 이렇게도 바꿔 볼 수 있으리라. 

 

“세상엔 수많은 문이 있을 테니 이 문이 안 열리면 저 문, 아니면 또 다른 문을 노크해 보리라. 어떤 문이 열릴 때까지”

 

스티브 잡스의 좌우명이었다는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도 여정 자체를 보람으로 삼으면 긍정하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일이다. 이를 내가 달리 표현하자면 ‘세상에 어떤 일이 언제 어디에서든 일어나려면 온 우주가 공모해야 한다.’가 되리라. 어떻든 덕은 그 자체로서 보답이고 보상이며 축복이듯이 일도 삶도 그렇고 사랑하는 만큼 그만큼 행복할 수 있으리라. 

 

있을 이 이슬 맺혀

이슬이던가

삶과 사랑의 이슬이리

아니 

기쁨과 슬픔의 저슬이리

이승의 이슬이 

저승의 저슬로 

숨넘어가는 

 

사람이 삶을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람이 삶을 살았다는 게 무슨 뜻이 있는지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우주는 너의 밖에 있지 않다. 네 안을 보라.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미 바로 너이니” 

 

성聖과 속俗 따질 것 없이, 동서고금 가릴 것 없이, 삶과 죽음에 대한 만고의 수수께끼는 우리가 의식하든 안 하든 만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아닌가. 아래 인용하는 몇 사람의 말을 우리 함께 음미해보리라. 

 

몇 년 전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 식료품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내 삶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식료품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상점 직원이 식료품을 스캔하는 걸 보면서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이렇게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도 끝나버릴 것이란 생각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Ross Gay

 

죽음 같은 걸 생각하면, 그 (죽음) 이후로는 (삶의) 다른 뉴스가 있을 수 없고, 촛불의 불꽃이 꺼져버리듯 사라지는 거라면, 우리가 너무 열심히 노력한다든가, 때로는 하는 일에 서투르다든가, 서로를 너무 극진히 걱정하고 위한다든가, 우주 자연에 대해 지나치도록 호기심을 갖는다든가, 인생을 더 좀 친밀하고 치열하게 살아보기 위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자극해 즐겨본들 어떠랴.

-Diane Ackerman

 

나는 죽음에 반항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내 삶이 얼마나 충만해질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Madeleine L’Engle

 

인간의 평균 수명이 천 달(일천 개월)도 안 된다. 그러니 이 세월을 네가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A.C. Grayling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서 뭔가를 남겨야 한다고. 자식이든, 책이든, 그림이든, 집이든, 담이든, 신발 한 켤레든, 또는 정원이든, 네 손이 닿아 네 혼이 스며든, 네가 심은 꽃나무든, 그 무엇이든, 네가 떠난 다음에 사람들이 바라볼 때 거기 네가 있도록 말이다. 뭘 하든 네 손이 닿기 전과 후가 다르게 네 흔적을 남기라고. 

-Ray Bradbury, Fahrenheit 

 

평생토록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것이다. 평생토록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다 될 수 없을 것이다. 평생토록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다 살아볼 수 없을 것이다. 평생토록 나는 내가 익히고 싶은 기술을 다 습득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왜 그러고 싶은가? 나는 모든 색깔과 색조色調 그리고 내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다 느끼며 해보고 싶은데, 나는 너무도 터무니없이 제한되고 제약되어 있다. 

-Sylvia Plath

 

어떻게 우리가 이 육신을 갖게 되었을까? 우리가 느끼는 걸 다 지탱하기에는 너무나 나약한 몸을. 때때로 나는 팔다리로 구속받고 있어 이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치 저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같이, 세계의 무한한 형체의 한 조각으로 피부와 뼈와 혈관이 느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몸이었으면 좋겠다. 

-Louise Erdrich, Love Medicine

 

나는 생각한다. 죽게 되면 나를 살게 해준 숨을 되돌려 줄 수 있으리라고. 내가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세상에 돌려줄 수 있으리라고. 내가 될 수 없었고,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을, 내가 잃어버리고, 헛되게 써버려 낭비한 것들을, 다 세상에 돌려줄 수 있으리라고. 내가 미처 살아보지 못한 삶들에게 돌려줄 수 있으리라고. 이것이 내가 산 삶을, 내가 사랑한 사랑을, 내가 호흡한 숨을 내게 준 세상에 되돌려 주는 나의 선물이 되라라고.

-Ursula K. Le Guin, The Other Wind

 

다음 주에 내가 죽는다는 걸 내가 확실히 안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내 책상에 앉아 평정심을 갖고 내 공부와 연구에 열중할 것이다. 삶과 죽음이 둘이 온전한 하나임을 나는 지금 알고 있는 까닭에서다.

-Etty Hillesum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게 왜 슬픈 일이랴. 축제가 오래 간다고 그 축제가 더 좋아지는가? 내가 앞으로 살날이 몇 년 안 남았다고 하면 그만큼 내 감각 기능이 예민해져서 모든 걸 더 깊이 음미하고 만끽할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떠나기 전에 당장 사랑의 꽃이 필 것이고, 내가 좋은 그림을 세 폭 그리고 (아니면 좋은 글을 세 편 쓴다면) 나는 손에 꽃을 들고 기쁘게 작별을 고할 것이리. 

-Paula Modersohn-Becker

 

내가 그 일부로 이 경이로운 우주에 속한다는 것만으로 더할 수 없는 영광이다.-죽음조차도 내게서 이 영광을 앗아갈 수 없다. 그 아무것도 내가 삶을 살았다는 사실, 잠시나마 내가 존재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바꿀 수 없다. 

-W.N.P. Barbellion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4.04.27 09:27 수정 2024.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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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