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보는 갈등의 유일한 치유법, 사랑

민병식

 

19세기 제정러시아의 유명 작가이자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투르게네프,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인텔리겐치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뒤, 알렉산드르 푸시킨, 니콜라이 고골 등 대표적인 러시아 진보 지식인들을 만난 후 '서구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인 '첫사랑', '루딘' 등의 소설은 세련된 필체와 묘사로 유명하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1818-1883)1868년에 발표한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적 배경은 1959년이다. 러시아의 농노 해방이 일어났던 1861년의 2년 전, 신구 질서의 대립이 한창 일때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농노 해방이 이루어지던 시기는 구세대(아버지 세대)와 신세대(아들 세대)의 갈등이 최고 정점을 달리던 시기로 이 시기의 농노는 지주에게 예속되어 많은 현물과 노동력을 바쳐야 했다.

 

작품 속에서는 아버지 세대인 '파벨'과 아들 세대인 '바자로프'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파벨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며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고 바자로프'는 과거의 전통과 권위가 러시아의 발전에 어떤 공헌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파벨의 동생 니콜라이는 아버지 세대이지만 아들 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르카디'가 친구인 '바자로프'를 데리고 아버지의 농장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자로프는 구세대이자 귀족적 낭만주의에 젖은 아버지 세대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세대라고 비난하고, 파벨은 바자로프를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냉소주의자 이자이며 천한 놈이라고 경멸한다.

 

대립은 점점 깊어져 나중엔 두 사람이 결투를 벌여 파벨이 부상을 입는다. 그러나 바자로프도 '오딘 초바'라는 미망인을 만나면서 낭만적으로 변하나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사랑을 얻은 쪽은 '아르키디'이다. 아르키디는 오딘 초바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게 된다. 반면 사랑에 실패하고 낙심한 바자로프는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티푸스에 걸려 죽는다.

 

파벨과 바자로프는 결투까지 하지만 둘 다 극단주의자이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반면 니콜라이와 아르카디 부자는 나란히 결혼에 성공한다. 결국 이 작품은 파벨과 바자로프 대 니콜라이 부자의 대립으로 변한다. 양면적 대립구도, 즉 이중적 대립구도를 갖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두 계급 간의 갈등이 자리한다.

 

귀족 출신의 이상적 자유주의자와 잡 계급 출신의 혁명적 민주주의자, 파벨로 대표되는 계급이 귀족주의적 자유주의자라면 바자로프는 잡 계급에 속한다. 바자로프 아버지가 군의관이었고. 바자로프와 아르카디 두 친구 간에도 신분 차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막역하게 지내지만 결국 헤어질 때 바자로프가 자네는 귀족 도련님이잖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엄연한 차이를 부정할 수 없다.

 

소설의 중심인물은 당연히 바자로프다. 그는 의학도이지만 동시에 니힐리스트다. 친구 아르카디의 입을 통해 "니힐리스트는 어떤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주위에서 존경받는 원칙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훌륭한 과학자는 그 어느 시인보다 스무 배는 더 유익합니다."라며 실용주의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바자로프의 삶의 여정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한 감성을 지니고 의학도의 모습을 지켜나가며 권위와 사회제도의 틀을 거부했던 바자로프, 그러나 부모의 관심이 버겁고 귀찮은 바자로프는 집을 떠나고 친구인 아르키디의 집에서도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키며 결국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청년이다.

 

책의 주제는 세대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모든 권위나 가치에 대해 부정하는 니힐리스트의 죽음을 통해 결국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바자로프는 죽기 전에 이루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 오딘 초바를 불러 마지막으로 보고 떠나고 늙은 부부가 그의 묘지를 헌신적으로 살피는 장면으로 작품은 마무리되는데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했던 니힐리스트 바자로프도 결국 죽기 전에 사랑을 원했다.

 

죽은 후에는 그토록 그가 싫어했던 구세대인 부모만 곁에 남는다. 이러한 결말은 세대 간의 갈등, 신분의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세상 모든 문제들의 해결책은 결국 사랑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0.20 10:23 수정 2021.10.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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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