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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가상화폐에 명확한 ‘선’ 그어라

루나 사태에 규정 마련 착수…법정화폐 대체 가능성 낮아

  • 기사입력 2022.05.26 22:35
  • 최종수정 2022.05.27 10:00

우먼타임스 = 손성은 기자

국산 코인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투자 피해자만 약 28만 명에 달하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관련법 제정에 나섰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픽사베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픽사베이)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은 중대 위기를 맞이한 동시에 제도권 편입의 기회를 얻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2024년 시행을 목표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에 착수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머리를 스친다. 업계는 궁극적으로 가상화폐가 법정화폐와 동일한 취급을 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화폐 기능은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발행처의 신뢰와 화폐 가치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에, 각국 중앙은행에서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가상화폐가 일종의 가치 저장 수단이 된 것은 확실하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에 가치가 부여됐다. 일종의 투자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생긴 것이다.

우려는 정부의 규제 신호가 가상화폐 법정통화 인정 가능성으로 읽히거나 고의적으로 곡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한다는 것은 연간 거래 자금 55조원으로 성장한 투자 시장을 더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일각에선 제기하는 미래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법정화폐는 공인된 권력에 의해 가치가 부여되고 거래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국, 거래 수단으로서의 화폐에 대한 신뢰는 정부의 담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 한국은행 역시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시중 가상화폐 가운데 어느 쪽이 신뢰도와 가치 안정성이 높을까? 현재 특정인들이 한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시중 가상화폐와 중앙은행이 발행할 가상화폐 중 어느 것이 파급력이 있을까? 적어도 정부가 온전히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면 시중 가상화폐에 주도권을 내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더이상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명확하게 선을 그을 시기다. 이미 시중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발행하는 코인들은 예비 투자자들에게 꿈같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가 향후 법정화폐와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거나, 그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정부의 이도 저도 아닌 태도는 루나‧테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원인 중 하나다. 정부가 진정으로 가상자산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 가능성, 투자자 보호를 원한다면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더욱 명확하고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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