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이웃집 아주머니의,

- 차 승 진 -

휴일 오후, 아내가 외출한 
적막한 거실에서 
띡띡 띡띡
물소리인지,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혼령의 침입인지,
예민한 시선으로 돌아본 
그곳!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고장 난 
인터폰 신호음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철통같이 잠긴 문으로 다가가
삐죽이 열린 문틈,
하얀색 비닐봉지를 내미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수줍은 모습으로
"저어, 이거..."
아, 잠깐의 여백을 어찌하지 못한
어색한 순간의 종료!
받아 쥔 비닐봉지엔 흰 종이에
둘러싸인 색깔 고운 애호박
누군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담아온, 
이웃집 아주머니와의 거리,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 한마디, 말도 못 한 
진솔한 행간을 백지로 날려버린, 
......
허망한 인생의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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