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이슈 돋보기]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안정식 제공)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안정식 제공)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지난 7월 27일 오전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었다.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로 중단된 지 13개월 만이다. 통신선 복원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이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는 사실상 중단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여러 제안을 했지만 돌아온 건 독설뿐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통신선이 복원된 걸까? 남북관계에 대한 분석을 듣고자 지난 3일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달 27일 이후 다시 남북관계에 움직임이 있는 거 같은데 현재 흐름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남북관계가 그동안 냉각돼 있다가 통신선 복원이 되면서 남북관계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는데요. 최근에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서 북한이 약간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는 있습니다만 남북관계가 예전보다 조금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왜 지금일까요?
“남북한 모두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있어요. 북한 같은 경우 코로나로 인해서 지난해부터 북중 국경을 닫았고, 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으로부터 물자 반입이 안 되고 이런 것들로 인해서 북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가는 데는 부담이 있었을 것 같고요. 식량 상황도 좋지 않고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백신도 받아야 되는데, 외부로부터의 지원 가능성 등을 생각할 때 남북 관계를 냉랭하게 가져가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선 것 같습니다.”

-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된 날이 7월 27일이에요. 이날은 정전협정 68주년이었죠. 맞춘 건지 아님. 우연이었을까요?
“공교롭게 통신선이 복원된 날이 정전협정 체결일이었는데요. 남한에서는 정전협정 체결일이 큰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닙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정전협정 체결일을 6.25 전쟁에서 미국과 싸워 이겼다는 의미에서 ‘전승절’로 기념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북한이 통신선 복원 소식을 북한 주민들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 선전 거리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거죠. 이걸로 보면 남북 모두 7월 27일에 맞춰서 통신선을 복원한 것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혹시 친서 내용 아세요?
“친서 내용이 뭔지는 공개를 안 했기 때문에 저도 알 수가 없고요. 일단 청와대가 밝힌 대로 4월부터 양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면서 이번 통신선 복원이 이뤄지게 됐다는 설명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은 분명히 있고요.”

-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시킨거나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하지 않나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시킨 것, 서해에서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이 넘어야 할 현안이죠. 그래서 남북이 관계를 진전시키려면 적어도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거라고 봅니다. 통신선이 복원됐기 때문에 여기서 남북이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우리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을 할 것으로 보여요.
북한이 어느 정도로 입장표명을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북한이 올해 말 내년 초까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식량 지원이라든가 백신 지원이라든가 북미 관계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얻어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이 적당한 선에서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국정원에서 오늘(3일) 국회 정보위 보고한 걸 보면 통신선 복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한 거라던데.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박지원 원장이 ‘연락선 복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한 것’이라고 말한 거로 전해졌는데요. 그 말의 뜻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우리 제발 좀 연락선 복원합시다’라고 요청했다기보다는, 남북정상이 친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공감대가 이뤄지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연락선 복원 문제를 꺼냈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봅니다.
한 가지 또 재밌는 건 국정원의 그런 언급 이후 통일부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뭐라고 보냈냐면 ‘남북한의 연락선 복원은 한 쪽이 먼저 요청한 게 아니라 양측이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한 결과’라는 거예요. 통일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통신선 복원을 일방적으로 요청한 것처럼 보일 경우에 북한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표현을 어떻게 하든 간에 양 정상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통신선 복원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 통신선 복원은 미국과 상의해서 했을지 아니면 남북한 독자적으로 한 걸까요?
“한미 간 중요한 현안은 상시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까 이렇게 이뤄진 과정을 미국도 알았을 거라고 봅니다. 남북 간 통신선 복원 문제를 미국의 허락을 받는 건 아니고, 남북 간의 소통을 통해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알려주는 형태였을 거 같아요.”

- 북미 관계가 연락선 복원 등 남북관계에 영향 줬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것에 대해서 북한의 반응이 없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남북연락선 복원에 합의를 한 건 남북관계 진전의 의사를 보인 것인데, 북미 관계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줬다기보다 남북관계 복원이 북미 관계 진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고 북미 간 대화가 한 번도 안 됐잖아요. 북한이 연락선 복원에 합의한 건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 관계 있어서도 대외관계를 좀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판단을 한 거로 보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북미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북미 관계가 좋은 흐름으로 갈 가능성도 있을까요?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북미 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이는데, 북미접촉이 성사됐을 경우 과연 협상이 잘 될 것이냐 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왜냐하면, 현재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이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실한 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 바이든 행정부는 빅딜보다 단계적 협상론자 아닌가요?
“바이든 정부가 단계적 협상을 지지하더라도, 북미가 만나서 낮은 단계의 합의라도 이뤄야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북미가 북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합의하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낮은 단계의 합의라도 이뤄야 할 텐데 이게 가능할지 그렇게 명쾌히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북한이 대선에 영향 주려는 의도가 있을까요?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의 민주당 정부가 정권 재창출 하는 걸 원하겠죠. 다만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게 북한 의도대로 남한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것은 확실치 않아요. 예전에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여당에 유리하지 않았거든요. 북한이 우리 대선에 줄 수 있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 그럼 통신선 복원 등이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남북관계에 워낙 관심을 가지고 매진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선거를 염두에 두고 뭘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의도와는 관계없이 지금은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일어난 모든 것이 정치적 쟁점으로 소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정상회담 가능할까요?
“2018년에 있었던 것 같은 대면 정상회담 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 때 임기 말에 남북정상회담 했지만, 정권교체가 되면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이 거의 유명무실화된 경험이 있거든요.
또 하나는 지금 남한은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잖아요. 물론 몇 개월이 지나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호전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에 극히 민감한 북한이 코로나 상황에서 남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면 회담은 쉽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요.
다만 비대면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과 평양에서 화면을 통해 만나는 정상회담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양 정상이 화면을 통해 간단히 소통하고 간단한 형태의 합의문을 내는 정도의 회담이라면, 앞으로의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내년 초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잖아요. 올림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수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던데.
“저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 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에 가야 되잖아요. 근데 내년 올림픽 때 베이징에서는 세계에서 많은 정상급 인사들이 올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만 특별대우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내에서는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지도자라고 선전되고 있는 김 위원장이 그냥 1/N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건데, 이걸 북한 지도부가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관련 영상을 보여주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독상이 아닌 1/N으로 대우받는 다자 정상 무대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여간해서는 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하는 내용의 담화를 내놓았는데.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아진 시점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습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처럼 강한 압박을 했는데요.
통신선 복원 이후에 남한에서 정상회담까지 이뤄질 것처럼 기대감이 높은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이런 것들을 북한이 보면서 ‘남한이 정상회담에 목을 매고 있구나’라고 해석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라면 한미연합훈련 중단까지 한번 세게 밀어볼 만 하겠다, 남한 정부가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 그럼 한미 연합 훈련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요?
“지금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안 하기는 더 어려워졌어요. 북한이 이렇게 압박을 했는데 안 하면 그야말로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거잖아요. 이런 전례를 만들어주면 북한이 앞으로도 자기가 원할 때마다 남한에 뭘 하라 하지 말라 요구를 하겠죠.
저는 한미연합훈련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설사 한미훈련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모든 남북관계를 예전처럼 모두 중단시키겠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전반적인 정세를 봐가면서 남북관계는 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한미훈련을 하면 훈련 기간 중에는 강한 비난 담화를 낸다거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저강도 도발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 미국은 한미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입장 밝혔는데.
“군사훈련은 한미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고 얘기를 했는데, 한미군사훈련은 한국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 거로 보입니다.”

-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어떤점을 주시해야 할까요?
“통신선 복원을 넘어서 그다음 단계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부분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화상 정상회담이라도 열릴 수 있을 것이냐가 되겠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냉랭한 남북관계의 시간을 지나서 남북관계에 약간 숨통이 터진 건데,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는 좀 더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보이지만 그렇다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변화로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본질적인 상황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좀 차분하게 상황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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