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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힘든 시기도 역사, 여전히 죽어도 선덜랜드

[이형주의 유럽레터] 힘든 시기도 역사, 여전히 죽어도 선덜랜드

  • 기자명 이형주 기자
  • 입력 2021.04.15 21:13
  • 수정 2021.04.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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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 AFC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선덜랜드 엠블럼
선덜랜드 AFC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선덜랜드 엠블럼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이형주의 유럽레터], 156번째 이야기: 힘든 시기도 역사, 여전히 죽어도 선덜랜드

여전히 죽어도 선덜랜드다. 

바야흐로 영상 컨텐츠의 시대다. 기술과 장비의 발전으로 우리는 우리의 삶 하나, 하나를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알기 어려웠던 다른 세계, 다른 직종의 사람들의 삶을 접할 수도 있게 됐다. 

축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물론 축구 클럽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지만, 이제는 그에 버금갈 정도로 구단 컨텐츠가 중요한 시대다. 그 중에서도 영상 컨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 컨텐츠를 포함 구단 컨텐츠를 통해 팬들에게 구단을 정의하게끔 할 수 있게 됐으며, 또 소속감을 느끼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정의와 소속감은 구단과 팬들의 관계에 큰 역할을 끼친다. 이에 각 구단들은 다양한 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명제 아래 모든 구단들은 자신들의 영광, 성취, 성공에 집중해 이를 제작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고, 이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던 구단이 선덜랜드 AFC다. 

사실 선덜랜드도 2017/18시즌에 2부 강등 후 1부로 복귀하는 과정을 담고파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라는 이름의 다큐를 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선덜랜드는 그 시즌 수뇌부의 경영 미숙 등 실패들이 겹치며 3부로 강등됐다. 어찌됐든 팀 상황과 상관없이 다큐가 공개됐다. 구단도 허락해 가능했던 일이다. 

이는 진보적인 행보였다. 구단의 치부와 같은 장면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영광도 역사지만 암흑도 역사다. 암흑을 복기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다시 영광을 찾기 힘들다. 선덜랜드는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해당 부분은 잘 해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잘못된 점도 열고 마주하면, 나중에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선덜랜드가 취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팀 성적과는 달리 죽어도 선덜랜드는 리얼리티 그 자체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시즌2까지 제작돼 호평을 받았으며, 아직 시즌3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상태다. 

해당 다큐멘터리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처절한 몰락의 과정 그 자체도 인상 깊었기 때문이지만, 선덜랜드 지역 서포터들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담겼기에 더 주목받았다. 

선덜랜드 AFC가 위치한 연고지인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북동부의 타인 위어주를 연고로 한다. 선덜랜드와 뉴캐슬로 대표되는 이 지방은 광산업이 발달했던 곳. 이에 광산 노동자들이 많았던 도시다. 

뜨겁고 힘든 광산 노동을 하기 위해 나섰던 이유는 그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였다. 그런 광산 노동자들이 힘든 삶 속에서 잠시나마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선덜랜드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였다. 두 클럽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남다른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선덜랜드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전경
선덜랜드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전경

선덜랜드는 특히 광산 노동자들과의 유대가 남다르다. 선덜랜드의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다. 49,000명으로 잉글랜드 내에서도 9번째로 수용 인원이 많은 구장이다. 이 홈구장의 이름도 북동부 광산업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던 사람들을 기리는 뜻에서, 탄광의 램프 빛을 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가 됐다. 

선덜랜드는 초기 광산 노동자들을 챙기던 것처럼 지역 팬들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이에 지역 팬들도 선덜랜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런 선덜랜드의 홈구장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구름 같은 팬들이 몰린다. 물론 현재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무관중으로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지만, 그 전까지는 흔한 장면이었다. 

언제든 융성하던 클럽이 쇠락할 수 있고, 언제든 쇠락하던 클럽이 융성할 수 있는 것이 축구계다. 선덜랜드는 지금은 헤매고 있지만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중 하나다.

선덜랜드는 1부리그 우승만 6차례 달성했다.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FC, 아스널 FC, 에버튼 FC, 아스톤 빌라에 이은 공동 6위의 기록이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 FC 두 현 빅클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FA컵도 2번 제패했다. 

EPL 출범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명성은 아닐지언정 프리미어리그 붙박이로 활약하던 클럽이다. 선더랜드가 자랑하던 니얼 퀸, 케빈 필립스 투톱은 EPL 내에서도 알아주는 공격 라인이었다. 감독이 된 로이 킨과 함께 폭풍 영입으로 EPL 판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딘 화이트헤드 등 팀을 사랑하던 준수한 실력의 선수들도 있었다.

그 영욕의 역사는 선덜랜드 곳곳에 녹아있다. 선덜랜드를 거쳐간 레전드들의 배너, 선덜랜드 역사에서 특기할만한 순간들을 담은 사진 간판 등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 존재한다. 물론 팀의 마스코트 검은 고양이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선덜랜드 마스코트 '블랙 캣'
선덜랜드 마스코트 '블랙 캣'

업 앤 다운의 시기를 모두 겪었고, 이를 어느 쪽도 버리지 않고 역사로 기록해온 선덜랜드는 14일 현재 리그 원(3부)서 40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71점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리그 원 직행 승격은 2위까지 해당 되는데 선덜랜드는 2위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와 승점 5점 차가 나는 상황이다. 잔여 6경기를 고려할 때 쉽지는 않다. 

다만 선덜랜드가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싸우고 있음을 감안하면 역전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선덜랜드가 직행 승격에 실패하더라도 3위부터 6위까지의 팀이 참가해 토너먼트로 한 팀이 더 승격하기에 2부로 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여전히 3위로 승격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지만 그래도 선덜랜드 팬들, 선덜랜드 직원들, 선덜랜드 선수들 등 선덜랜드인들은 꿈을 꾼다. 아픈 역사도 복기한 그들은 이제 다시 영광의 역사를 만들기를 원한다. 2부 승격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선덜랜드인들이 간절히 이를 원하고 있는 이유다. 그 소망이 이뤄질지, 이뤄질지 않을지 결정될 리그 종료까지는 5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덜랜드인들은 여전히 죽어도 선덜랜드다.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선덜랜드/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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