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꿈이 생겼다.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디지털 노마드, 다소 두루뭉실해보이는 꿈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차는 관심 밖의 대상이다. 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는 동안, 한 번도 슈퍼카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차에 관심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감가상각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가격이 하락하는 슈퍼카를 타고 다닐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수천억의 재산이 있어도 슈퍼카를 타고 싶진 않다, 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져갔다. 슈퍼카 그 자체에 관심이 생긴다기보다는, 60대에 슈퍼카를 타는 삶이 내게 주는 의미 때문이었다. 

젊을 때 크게 성공해서 한평생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이 항상 그런 식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삶에는 반드시 반등구간이 존재하며, 그 구간을 얼마나 지혜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이 큰 폭으로 달라진다. 존경하는 어느 지인은 젊은 시절 크게 사업을 하며 수백억의 자산을 구축했지만,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상당한 부를 잃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지금은 정치권에 입문해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재물이 아니라면 반드시 내 손을 떠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3,40대였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은 삶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기준점을 갖고 살아간다. 초고속 승진, 좀 더 넓은 아파트, 외제차, 급등하는 주식의 가치 등. 어느 것 하나 나쁠 것 없다. 느린 승진보다는 초고속 승진이 좋고, 좁은 집 보다는 넓은 집이 좋다. 국산 경차보다는 외제차가 좋고, 급락하는 주식보다 급등하는 주식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문제는 그 해답의 끝이 무엇인지를 아는가 하는 데 있다.

살면서 한번쯤 접해본 철학적,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옳은 것과 바른 것을 구별할 만한 지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삶은 결코 이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인생에 정확한 목적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반면, 그에 못지 않은 허탈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철학적 이론이 결코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이론으로만 중무장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취약점이다. 

줄무늬 나비가 기둥의 꼭대기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그 순간은, 부와 명예를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인간의 노력만 갖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결정적인 비극을 만나는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인생에 닥쳐오는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노력과 희생보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임을 자각하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진짜 성공이라는 것은 수많은 애벌레들이 오르고 있는 애벌레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꼭대기에 서는 것이 아니라, 나비로서의 날갯짓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에는 반등이 존재하듯, 초로의 삶에 접어들 때까지 성공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성공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음에도 훨씬 더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나의 성공은 60대에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각인시키곤 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공동저서와 소설을 집필하고, 현명한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움직이지만, 결코 안일한 태도로 삶을 대하고자 하는 비겁함에서 이 모든 태도가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묵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느린 것은 느린 게 아니다. 지금 실패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초로에 접어들었을 때, 어느덧 노신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때, 그 때에도 성장하고 있다면 가장 앞선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젊으며, 꿈을 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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