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 상처의 치유와 가족 관계 회복을 그린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박선주 감독의 영화 ‘비밀의 정원’(제작/배급: 몬순픽쳐스/필름다빈)은 예전에 묻어뒀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가족이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낙비 맞은 두 사람이 오래된 단독주택 안에 들어선다. 목공 일을 하는 '상우'(전석호)와 수영강사인 아내 ‘정원’(한우연)은 곧 이 집으로 이사 올 예정이다. 상우의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새 보금자리로 삼을 생각에 부부는 마냥 기쁘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정원은 10년 전 고등학생 때 태안에서 인천으로 와 목공소를 운영하는 이모 ‘혜숙’(염혜란)과 이모부 ‘창섭’(유재명)의 집에서 살다가 상우를 만나 결혼했다.

다정다감한 애처가 상우에게는 오직 정원뿐이다. 다만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내가 장모 ‘은숙’(오민애)이나 처제 ‘소희’(정다은)와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게 조금은 안쓰럽다.

어느 날 정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녀가 오랜 세월 잊으려 노력했던 10년 전 사건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이 일은 모두에게 알려지고 걱정돼 은숙은 딸의 직장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정원은 멀리서 찾아온 엄마에게 차갑게 군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목덜미 흉터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가진 정원. 그녀는 남편 상우에게 결혼 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 혜숙은 정원에게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라며 살다 보면 더 한 일도 많다고 다독거린다.

정원을 딸처럼 아까는 창섭은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며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말고 상우에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원은 상우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경찰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상우와 정원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다. 남편을 내보내고 혼자서 사건 조서를 작성하겠다고 말한 정원은 천천히 서류를 읽어본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종이에 ‘예’라고 적는 그녀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였다. 뒤늦게 범인이 검거되면서 피해자 조서를 쓰기 위해 경찰서에 오게 된 아내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상우.

엄마, 동생과 그랬듯이 이제 정원과 상우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긴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트리는 정원을 실은 차는 출구를 찾아 터널 끝을 향해 달려간다.

잊고 싶었던 과거는 정원의 뜻과는 상관없이 되새김질 되어 그녀의 어깨를 누른다. 그것은 마치 갑자기 찾아온 소나기 구름처럼 정원과 가족 위에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정원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에게 죄스럽다. 상우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롭다. 은숙도 소희도 지난 1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잘못이 없는 그들은 서로에게 미안해하며 눈물 흘린다.

피해자는 10년을 고통 속에 보냈지만, 가해자는 5년의 벌을 받는다. 분노도 절규도 험악한 고함도 없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자극적인 화면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저 가족이 서로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아주는 치유의 과정을 찬찬히 관조할 뿐이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과거라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 떨고 있는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그렇게 비구름 사이에서 새벽을 지나 해가 떠오른다. 정원은 드디어 어두운 밤 기억 속 그 크고 무섭던 나무를 이제 힘껏 밀어낼 수 있다. 그녀의 곁에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박선주 감독의 아름답고 은유적인 연출과 김명종 음악감독의 서정적인 오리지널 스코어는 상처 입은 인물의 마음에 시나브로 새살이 돋아남을 일상의 느린 호흡으로 보여주고 들려줌으로써 위로의 감성을 완성해 낸다.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비밀의 정원.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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