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남편 이승원 감독과는 두터운 신뢰감...이혼해도 계속 같이 작업”

“김태훈 배우와 절친...험한 세상에 힘이 되는 친오빠 같은 사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상>편에서 이어지는 김선영 배우 인터뷰입니다.) 

Q. 혜정이 느끼는 고립의 감정은 무엇인가?

곡해되는 억울함이 많이 있었다.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됐다. 예를 들어서 “엄마라서 그러는 거야 알아?”, “언니여서 그러는 거야 알아?”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분양사와도 짬짜미했다니까 억울한 거다. 

반복된 오해를 받다 보면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다. 나한테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그런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명확하지 않은 밑도 끝도 없는 자괴감, 자책감 그리고 죄책감이 있었다. 그래서 녹물을 맞으면서 붕괴한다.

Q. 할인 분양받은 이들을 막는 기존 입주면 편에 서기도 한다. 

안타깝게 편집된 신이 있다. 목숨을 위협당하는 신 이후 경찰서에서 나오는데 저를 붙잡고 어느 편에 설 건지 선택하라는 부분이 원래 있었다. 혜정은 오만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범인이 입주자일 수도 있고 재해사망자 시위하는 쪽일 수도 있다.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는 범인이라는 공포가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빨간 조끼를 입었을 때 소속감을 주고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어떤 희망이 생긴다. 사실 그것도 가스라이팅으로 볼 수 있다. 이 여자는 정말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디에 소속되고 싶었던 것이다. 편집된 장면을 보고 이렇게 해석을 드릴 수 있는데 그냥 보기엔 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Q. 이윤지 배우와의 연기 소감과 뒷이야기가 있다면?

전에 같이 연기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윤지 배우에게는 정말 어디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감정 저장소가 있나 보다. 아주 폭발적인 정서가 있다. 속으로 ‘나는 굉장히 정말 복 받았다, 이런 사람을 내가 만났네’ 했다.

사실 현장에서는 거의 사적인 대화도 안 나눴다. 촬영 끝나고 난 다음에는 이 친구가 보고 싶더라. 최근에도 연락하거나 만난다. 정서적으로 되게 깊게 만나지더라. 굉장히 폭발적인 정서를 공유해서 그런 것 같다. 영화 외적으로도 이 친구를 알게 된 게 저한테 좀 의미가 있다.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뭔가를 주고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이 친구가 등만 찍는데 10번이면 10번 다 울더라. 병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웃음) 그런 면에서는 이윤지 배우가 아주 독보적이다.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Q. 빌라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마치 감옥 같았고, 당구장 신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다.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빌라 창살 장면은 감독님이랑 저랑 해석이 좀 달랐다. 사실은 첫 테이크에서 보여줬던 연기에 대해서는 직접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미친 여자’ 같다고 했다. 완성본은 감독님 버전이다. 제가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간 장면이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한테 해석을 도움받은 신이다.

당구장 장면은 ‘이걸 왜 대사도 없는데 이렇게 찍지?’ 했는데 시사회 때 관객분들이 많이 웃더라. 우울한 영화에 실낱같은 유머가 있는 유일한 신이다. 애틋하더라. 그게 감독님이 쓰다듬어주는 애틋한 손길이 담긴 장면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감독님이 해보라고 그러면 해야 한다. (웃음)

Q. 선의를 가진 생활력이 강한 캐릭터일 뿐인데 계속 여기저기서 오해받는다. ‘세자매’에서도 억울한 캐릭터인데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가 또 주어진다면?

전 1,000번도 한다. 전 준비가 돼 있다. 제작을 하나 해 달라. (웃음) 사실 드라마도 영화도 50대 아줌마가 자식에 대한 모성 연기 말고 그냥 독립적인 서사가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그런 작품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건 저는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너무 해보고 싶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

지금 제 입장을 말씀드리면 없다. 지금 올해 한국 영화 제작이 8편 들어간다. 드라마 편수가 거의 8분의 1에서 10분의 1로 줄었다. 저는 지금 1주나 2주에 한 번 정도 연기를 할 수 있다. 계속 놀고 있다. 진짜 연기할 기회가 없다.

요즘 작품을 검색해보면 배역 80%가 남자고 20%가 여자인데 굉장히 치열하다. 거기서 50대 아줌마가 들어갈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Q. 다른 창작활동도 하고 있지 않나?

제가 그림은 그린다. 주로 창작활동은 남편인 이승원 감독이 한다. 지금 새 영화를 준비는 하고 있지만, 현재 영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 

사실 ‘드림팰리스’도 낙하산이다. 감독님 와이프 분이 우리 극단 배우다. 그래서 절 감독님이 유심히 봤던 거다. ‘세자매’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누구보다 저를 잘 아니까 절 기용한 거다.

기회가 많지 않다. 제 지금 입장은 뭐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변에 추천 부탁드린다. 인터뷰 기사 제목으로 일을 찾는다고 쓰셔도 좋다. (웃음)

Q. 부부가 같이 작업할 때 장단점이 있다면?

단점은 저를 단속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자매’ 때 문소리 언니가 둘이 싸우는 줄 알았다더라. 토론을 하는 건데 외부적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게 너무 웃겼다. 

장점은 나머지 전부다. 이승원 감독이 제 연기에 대해 굉장히 신뢰가 두텁다. 그래서 같이 작업할 때 누구 앞에서보다 더 자신감 있게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부부로서가 아니라 배우와 감독으로서 그렇다. 그래서 혹시 이혼하더라도 저는 계속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 (웃음) 이거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한 적 있다. 그 정도로 저희는 신뢰가 있다. 

Q. 가성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작품할 때 감독님은 완벽하다고 상정하고 시작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는데 거의 감독님이랑 얘기를 안 했다. 대화를 하면 이런 이야기구나 라는 언어에 대한 합의가 생긴다. 싸운 게 아니라 오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저는 감독님이 다가와 주시면 좋겠다. 감독님이 어떤 얘기든지 저한테 해 주시면 같이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제가 그 시간이 좀 짧았던 것 같다. 감독님과 영화 끝나고 오히려 요즘 통화를 더 많이 하고 더 친해졌다. 사람들이 저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Q. 김태훈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절친이다. 사적인 얘기 다 한다. 김태훈 배우는 5년 전 남편이 만든 연극을 보러 왔다가 팬이 됐다. 지금까지 우리 극단에 매해 와서 어마무시한 돈을 쓰면서 밥과 술을 사주고 있다. 

친오빠 같다. 저한테 진짜 고마운 사람이다. 연기할 때 힘들고 슬프고 외롭다. 그때마다 오빠한테 전화한다. 정말 개인적으로 김태훈 배우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험한 세상에 태훈 오빠가 저한테 굉장히 힘이 되는 사람이다.

스캔들 좀 나게 기사 써달라. 김태훈 배우 이야기하다가 울었다고. (웃음)

Q. 최민영 배우는 현재 넷플릭스 ‘엑스오, 키티’로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같이 연기한 소감은?

그 친구 연기 잘한다. 되게 단단하다. 제가 경력이 엄청 많은데 제 앞에서 위축되지 않는다. 그게 너무 멋있다. 진짜 단단하다. 노래도 엄청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대성할 스타일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Q. 시나리오상에서는 사춘기 아들과 갈등이 있다. 엄마 입장을 왜 이해 못 해 주냐는 답답함은 없었나?

제일 심했던 게 장례식장 갔다 와서 소금 뿌리는 장면이다. 제가 진짜 바들바들 떨면서 쓱 보는데 그때 심리가 ‘저걸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고’였다. 엄마인 저를 몰아붙이는데 너무 억울하고 정말 모욕적인 언사를 던진다. 그래도 자식이라 가만히 있었다. 그 감정이 폭발 직전이었다. 막 진짜 창자가 꼬일듯했다. 그런 억울한 순간들이 많은 모자 관계다. 근데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나.

Q. 그렇게 참다가 마침내 어느 순간 아들에게 폭발한다.

“너 나처럼 안 산다고 그랬지? 근데 이렇게 비겁하게 사는 게 네가 선택한 삶이냐?”는 말을 한다. 사실 그 대사는 아들한테 한 대사가 아니다. 나를 비난하는 모든 사람한테 한 대사다. 그 순간은 부모가 가진 맹목적인 이해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동등하게 마주한 순간, 명확하게 물어보는 장면이다. 

부모가 늘 부모일 순 없다. 그래서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 때가 있다. 완벽한 부모가 어딨겠는가. 감정을 터트렸지만 시원하지 않았다. 친구면 시원했겠지만, 아들이기 때문에 절망감이 너무 컸다. 생각하기도 싫다. 혜정은 너무 고난이 많은 여자다.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드림팰리스' 혜정 역 김선영. ⓒ인디스토리

Q.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면?

이 영화의 퀄리티와는 관계없이 저는 모든 신에서 하늘에 맹세코 당당하다. 영화를 객관적으로 두 번 봤는데 단 한 순간도 거짓말을 안 했다고 저 자신에게도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이라는 것은 배우가 인지적으로 가져야 하는 허구를 빼고 말하는 것이다.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연기 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해 김선영은 김선영 자신에게 당당하다. 

Q. 몰입감 높은 극사실주의적인 연기를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제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연기에 관심이 있다. 늘 좋은 연기, 아름다운 연기를 꿈꾸고 늘 거기에 꽂혀 있다.

Q.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너무 많다. ‘올리브 키터리지’ 프랜시스 맥도먼드 배우의 서사는 생각해 보지 않은 어떤 캐릭터다. 그 인물이 우리 동네 철물점 아줌마일 수도 있다. 

인물이 관객들한테 전달되었을 때 나와는 다른 인간을 이해하게끔 하는 게 연기의 순효과다. 50대 60대 여자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여자 남자 가르는 얘기라거나 여배우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리브 키터리지’는 진짜 예술이다.

‘쓰리 빌보드’, ‘노마드랜드’ 같은 영화도 장난 아니다.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그렇게 깊이 이해할 기회가 별로 없다. 새로운 세계가 하나 열리는 거다. 

Q. ‘범죄도시3’와 같은 날 개봉한다.

저는 ‘범죄도시3’와 같이 개봉해서 너무 좋다. (웃음) 오히려 주목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배짱이야?” 하면서 한 번 더 봐주셨으면 한다.

Q.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너무 아름다운 추억 같은 영화다. 돌아갈 수 없지는 않고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영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저한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또 이런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의 시의적인 사회 이슈를 첨예하게 조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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