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 디지털시대, 변화의 문화현장 ❾ 편해지면 불안한 그대, 문화소비자
[김정학의 바이 더 웨이, 디지털!] 디지털시대, 변화의 문화현장 ❾ 편해지면 불안한 그대, 문화소비자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 승인 2021.12.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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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학 1959년생.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등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를 지냈으며, 국악방송 제작부장 겸 한류정보센터장, 구미시문화예술회관장 등을 거쳤다. 현재 대구교육박물관장으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등이 있다.
▲김정학 1959년생.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 등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를 지냈으며, 국악방송 제작부장 겸 한류정보센터장, 구미시문화예술회관장 등을 거쳤다. 현재 대구교육박물관장으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등이 있다.

디지털 시대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지털 중심으로 문명이 바뀌는 전환기다.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잘 알면서도, 전문가들은 늘 ‘디지털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애매하게들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다’며 갈기는 엄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램 차란(Ram Charan)도 그의 책 『리싱킹 컴피티션 시프트』의 마지막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디지털 시대에 앞서 갈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독자에게 답을 구하려는 게 아닐 것이다. 이것 또한 엄포같은 경종인가. 오늘, 전환기의 문화소비자로서 찬찬히 생각해보게 된다.

문화는 문화적 가치와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문화경제학’으로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주창해온 호주 맥쿼리대학의 데이빗 스로스비(David Throsby)교수는 ‘세계화는 문화산업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 문화상품 의 생산이 경제력 향상과 부의 원천으로 간주되는 이 시대에 문화정책은 시민의 풍부한 예술 및 문화생활을 책임져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괜히 융숭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인식에서 '소비'한다는 인식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문화소비자로 산다‘는 느낌은 갖은 생활고를 겪고 있음에도 '중산층'으로 분류될 때의 느낌과 흡사해 씁쓸하다.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들일 것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기왕에 '문화소비자'라고 구분된 바에야 제대로 권리선언도 하고 소비자주권도 당당하게 찾고 싶은 심정이다. '문화'와 '비(非)문화'를 구분하고, '문화'와 '문화적(的)'인 것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생산자의 '고집'과 '주장'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문화소비자는 현실의 냉정한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다. 자, 든든한 문화 소비자가 될 것인가, 눈먼 딜레탕트(Dilettante)로만 남을 것인가. 더 이상 바보 소리를 듣는 문화소비자가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

문화는 생산자ㆍ중개자ㆍ소비자로 연결된다. 생산자와 중개자가 기업화되어가는 요즘에 귀에 쏙 들어오는 솔루션이 있었다. 문화소비자를 정확하게 보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문화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가. 냉정하게 말하면 매우 취약한 그 부분에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숨어 있다. 문화소비자의 불만은 이제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솔직한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는 소프트 파워가 주도하는 시대이다. 하버드대학교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교수는 2004년『소프트 파워』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드 파워는 부국강병을 지향하고, 소프트 파워는 문화대국을 지향한다. 문화는 인간의 이성적ㆍ감성적 능력에 기반하고 있는 창조적 산물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포함하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물리적 힘보다는 보편적 문화나 공감 같은 것이 더 강력하다.

▲(왼편에서부터) 램 차란 경영컨설턴트, 데이빗 스로스비 호주 맥쿼리대교수, 조지프 S. 나이 하버드대교수, 넷플릭스 로고, 아마존 로고 (사진=김정학 제공)
▲(왼편에서부터) 램 차란 경영컨설턴트, 데이빗 스로스비 호주 맥쿼리대교수, 조지프 S. 나이 하버드대교수, 넷플릭스 로고, 아마존 로고 (사진=김정학 제공)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문화의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사람”, “영감을 주는 사람”, “고집을 버리는 사람”, “열정적으로 배우는 사람” 등으로 자신들의 기대치를 명쾌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지위랄 것도 없지만, 이런 판국에 문화소비자는 한없이 소외된다. 특별한 경계없이 프로슈머(prosumer)가 된다는 것이다. 동의하시는지? 이러한 특징들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이다. 이것을 자주 반복함으로써 지금까지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지, 소비자들이 그토록 디지털 기기에 밀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디지털의 사용을 ‘중독’의 시선으로만 판단해버리는 편견 등을 이해함으로써, 더 이상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모색하고, 나아가 디지털 세상과 문화의 양상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다시 바라봐야 될 것이다. 도전과 응전으로 역사는 나아간다는 사실이 우리 스스로에게 학습되어진다는 것이 괜히 두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휴머리즘(휴먼+알고리즘)콘텐츠는 기계의 도움으로 통찰의 능력을 확대하고, 확대된 통찰력을 기계가 학습해서는 또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기계의 능력으로 인간의 창조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미디어 형식이라고 보면 틀리지는 않는다. 현업에서는 이미 콘텐츠 유통플랫폼이 빅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소비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유형을 7만8천 가지로 구분한 추천시스템의 정확도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고, 아마존은 수십억 개에 달하는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 소비자 유형을 수 만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편해지면 괜히 불안했던 옛날 소비심리와 뭐가 다른가.

앞으로 디지털 시대 문화예술의 열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날 거라고 믿어본다. 하지만 생태계는 결코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세계가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술의 변화는 계속 가속화되고, 문화소비자의 기대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변화는 오랜 문화와 예술의 관습과 헤어지게 할 것이다.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