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잊혀지고 싶은 동요, <우리의 소원>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잊혀지고 싶은 동요, <우리의 소원>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1.1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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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통일의 노래로 알려진 우리의 소원이라는 동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그만큼 노래방 18번만큼 열심히 불렀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정성 다해서 통일/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찾는데 통일/통일이여 어서오라 통일이여 오라.

이 동요의 연원을 보니 놀랍게도 광복 2년 후인 1947년 서울중앙방송국 어린이시간에 발표된 곡이라 한다. 1950년 6월, 한국전쟁(Korean War), 1953년 7월 한국전정전협정 이후 반세기를 넘어 한 세기가 되어도 통일의 어려움을 예견이나 한 듯한 참요(讖謠)가 되고 있다. 
 
1894년 동학혁명 시기 「녹두새요」가 유행하였는데 그 가사는 “아랫녘 새야 웃녘 새야/전주 고부 녹두새야/녹두밭에 앉지 마라/두류박 딱딱 우여”로, 새는 민중이고, 두류박은 두류산(頭流山)이며, 녹두새는 전봉준(全琫準)의 별명이요, 딱딱 우여는 ‘날아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조선조 고종 때 전라도 고부의 향리의 아들인 전봉준이 일으킨 동학혁명이 실패할 것을 예언한 참요이다.

1985년 남북이산가족상봉과 고향방문단 상호동시 교환행사 일환으로 서울예술단이 9월20일부터 23일까지 평양대극장에서 두차례 공연을 가졌고, 북축의 평양예술단 또한 같은 기간내에 국립중앙극장에서 두차례 공연을 가졌다. 당시 공연에 대한 남북의 평가는 분단 시기 간극보다 더 너무나 달랐다. 북한에서는 “양풍(洋風)화되고 퇴폐적이어서 미풍양속을 해쳤다”고 비판했고, 남한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부딪혀 오는 예술성이 결여된 반면 대중성과 정치성이 두드러졌다”라고 평가 절하하였다. 이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90년8월1일 공포)에 따라 고 황병기 가야금명인이 이끄는 서울전통음악연주단(17명)이 첫 민간예술단의 방북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남북한과 해외동포음악인들이 민족분단 45년만에 처음 평양에서 갖는 통일을 염원하는 음악회가 <범민족통일음악회(1990.10.17.~23)>였다. 같은해 12월 서울에서 <90년 송년통일음악제>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합동공연이 진행되었다. 남북 정치적 상황등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1998년 〈리틀엔젤스 예술단 평양공연〉, 2000년 〈남북교향악단합동연주회〉, 2002년 〈8·15 민족통일대회 북측 예술단 초청 공연〉 이 개최돠었으며, 2005년에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광복 60주년 기념 단독콘서트가 열렸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롯데콘서트홀에서 통일신년음악회 ‘콘서트 하나’와 북측예술단(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서울 공연이 이루어졌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행사로 이뤄진 남측예술단의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방문공연 <봄이온다>가 4월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4월3일에는 평양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예술단의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라는 주제로 열렸다.

2018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제적·정치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남북예술가 교류와 공연이 봇물 터지듯 열리겠구나 했는데 일장춘몽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6기 위원회 중 2차소위원회에 <남북및국제교류소위원회>가 설치되었지만, 2020년 이후 제7기위원회에서는 사라졌다. 이는 남북문화예술교류에 대해서 정책 부재이며 나아가 남북문화예술교류에 대한 기본적 역할과 의무에 대한 인식 부재의 결과로 본다.

정부 문화예술 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예술가보다 먼저 시류에 편승함으로써 졸속의 대책마련과 그에 따른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85년 이후 남북문화예술교류 상황을 보면 국제적·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급진전 되기도 하고 소강상태가 되기도 하였지만 남북문화예술교류는 지속적이었음을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프리카돼지 열병, 사스(SARS)로 인한 공연예술계 피해 상황과 대책 매뉴얼, 유사 사례대비 재원조성 등이 있었다면 코로나 19로 문화예술계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물론 마음의 상처는 덜 받았을 것이다.

올해 한국전쟁 종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고 미국, 중국 등 주변국에서도 지지를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남북문화예술교류 전문가 육성 및 지원, 남북문화예술교류 기반조성 및 지원, 남북한 공동 문화예술 행사추진 등을 위한 실현가능한 중단기 지속적 정책과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은 시대 변화를 예측하고 사전준비함으로써 효효과는 극대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남북문화예술교류 거점 도시임을 표방한 경기도 북부 포천시와 포천문화재단에서는 지난 2021년 11월30일 <우리춤 남녘에서 북녘까지, 여무동락(與舞同樂)>을 개최하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정부에서도 여타 지자체에서도 관심 대상이 되지 않는 남북문화예술행사를 가진 것에 대해 다소 뜬금없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포천시는 문화예술 정책 교과서에 쓰여 있는대로 포석을 놓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춤으로 울타리를 엮어 향후 남북 춤예술가들이 모여 교류방안을 논의하고, 실제 춤들의 변화양상과 특징들을 상호 비교하는 공연무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포천시와 포천문화재단의 선견지명과 안목을 존중하며 분명 포천시가 남북경협만이 아닌 남북문화예술교류의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과거 잊혀진 노래로 다시 기억되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