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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안철수 ‘10년 애증’…둘 다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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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안철수 ‘10년 애증’…둘 다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
  • 이교엽 기자
  • 승인 2021.01.2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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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악연’ ‘安 필패론’ 등 갈등 배경 해석 분분
安 ‘정치 생명 연장’, 金 ‘총선 참패 설욕’ 사활
▲ 김종인-안철수. /뉴시스
▲ 김종인-안철수. /뉴시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두 사람의 '애증 관계'가 경선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컨벤션 효과마저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일각에선 "단일화 휴전 제안"까지 나올 만큼 야권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일각에선 단순히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기보다는 10년 전부터 쌓인 애증 관계가 단일화 단계의 걸림돌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증 관계에서 비롯한 기싸움의 이면에는 결국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권력욕이 갈등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갈등 배경을 놓고 '악연', '안철수 필패론' 등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두 사람 모두 보궐선거 이후 정치생명이 중대한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당 내 경선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고, 보수진영의 재결집을 이끌어내 보궐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공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안 대표로서는 대권을 접은 마당에 정치 생명이 달린 선거라 예전처럼 포기할 수도 없어 결국 둘 다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안철수 대표를 보좌했던 한 야권 인사도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는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야권 후보단일화 수순으로 가겠지만 설사 단일화가 안 되더라도 안 대표는 독자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대선 전초전으로 판이 커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안 대표로서는 대권의 꿈을 접고 시장으로 진로를 틀면서 사실상 벼랑 끝에서 정치 생명을 건 카드라 할 수 있다. '선거의 달인'으로 통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참패의 치욕을 씻고 집권여당에 설욕할 수 있는 승부수인 동시에 '킹메이커'로서 입지를 다지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보궐선거에서 야권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둘 수밖에 없다. 본인이 만든 판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내건 후보를 공천시켜 여당에 승리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안 대표의 '진로 변경'은 김 위원장의 이러한 구상을 틀어지게 하는 변수가 됐다. 당장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은 국민의힘 대신 안 대표 쪽으로 급격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안 대표는 여전히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점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당의 보궐선거를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지만, 안 대표의 갑작스런 보선 출마로 자칫 군소정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는 난관에 부닥쳤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보선 출마 선언 후 당에 "크게 대응할 필요 없다"고 지침을 내린 것도, 범야권 통합경선을 제안한 안 대표에게 "상식에 맞지 않는 정치",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날 선 발언을 하는 것도 견제 심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안 대표가 출마 선언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이슈까지 선점해버리자, 김 위원장은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으려면 안 대표를 야권 전체 후보군 중 '원맨쇼(One-man show)'가 아닌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만드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기 전 안 대표를 만나 입당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대표로서는 서울시장 보선이 본인의 정치 생명은 물론 존폐 위기에 몰린 당을 구하는 반격 카드나 다름 없다. 의석수 3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이지만, 안 대표가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야권의 권력 지형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국민의힘과 김 위원장의 입지는 줄어드는 반면 안 대표의 몸값은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안 대표는 자신을 중심으로 하던 경선 구도가 나경원 전 의원·오세훈 전 시장 등 야권 원외 중진들이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어 초조해진 상황이다. '뒷북 정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국민의힘 본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군소정당 주자로서 거대 양당이 판을 흔드는 선거 정국에서 존재감을 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선 안 대표가 진작에 '국민의힘 룰'을 인정하고 조건없이 경선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려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드러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면 중도층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쪽 당원들도 안 대표에게 호감을 가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본경선 참여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자, "저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데 지금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거 같다"고 안 대표가 응수한 것도 유연한 대응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2017년 대선후보 TV토론 당시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여 자충수를 둔 과거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차라리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선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이해한다는 취지로 응수하는 게 더 바람직했다"며 "내 제안을 국민의힘이 받지 않았으니 3월에 다시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한 후 안 대표는 정책 발표나 선거운동에 매진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안철수 대표도 야권 단일화하면 함께 해야 할 분이기 때문에 경선룰을 둘러싼 무슨 샅바 싸움이라고 할까, 이런 정도지, 우리가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뭐 때문에 싸우고 그걸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야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서로 치고 받는 공방을 거듭하는 양상이지만,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범야권 단일후보가 절실한 만큼 궁극적으로는 3월 중으로 후보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다.

하태경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표가 3자(대결로) 해도 이긴다, 이래서 단일화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는데 단일화 무조건 한다"며 "단일화 반드시 한다. 이건 김종인 대표한테 제가 직접 만나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 간 '관계 정상화'는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와 악연을 가질 게 뭐가 있나. 언론에선 '악연이다', '애증 관계' 라고 하는데 그런 건 없다"면서도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여러 번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선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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