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경기도 안산에서 대부도 방향으로 가다가 시화호 제방 입구에서 우측으로 빠지다 보면, 오이도가 있다. 오이도에는 바다로 활짝 열린 조망과 오이도 패총, 빨간등대, 인근 월곳포구와 갯벌 생태공원 등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관광자원이 있음을 보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주변에 계획성 없이 조성된 건축공간과 개념 없이 늘어선 횟집들, 버려진 어구, 폐기물들과 편의시설들은 방문객들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하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까지는  질적으로나 수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한다.

어항은 어촌과 어장을 연계하는 공간이다. 어장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유통하는 공간인 어항은 어촌과 도시주민의 교류를 하는 공간의 역할도 한다.

그런데 어족자원의 고갈, 어선의 감척, 연안환경의 오염, 지구기후변화등 어촌,어항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이 심각한 상황으로 국내의 어촌,어항 공간환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각종 구조물과 기반시설이 노후화 되어 있고, 배치가 불합리 하여 미관을 해치거나 열악한 환경을 노출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새로운 공간 디자인 내지 도시재생과 같은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해수부에서는 2019년도부터 300개의 어촌을 선정, 2024년도 까지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해상교통시설 현대화,해양관광 활성화,새로운 어촌경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어촌뉴딜 300’ 이라는 어촌혁신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어촌 뉴딜을 위해 정작 필요한게 어촌 콘텐츠 개발이고 어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주거시설 개선인데, 공공적인 SOC 위주로만 진행이 되고 있고, 어촌주민들과도 소통이 거의 없이,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고려함이 없이 시설공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이 있어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국민소득과 여가시간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 됨에 따라 바다관광, 레저 등 해양활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항은 전국적으로 약 1900개가 분포되어 있는데, 이중에 해양수산부가 유지,관리하는 제1종,제3종 어항은 105개, 광역시,도가 유지,관리하는 제2종 어항(지방항)은 316개등 421개 이고, 국내의 해안선 길이는 12,733km에 이르고, 3천 3백 개의 도서와 동∙서∙남해가 서로 다른 바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해안선이 각기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활용할만한 공간자원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앞서의 오이도의 사례와 같이 대부분의 어항, 어촌에 가보면 그 곳의 독특한 경관이나 수려한 풍광이 바다 영역에 대한 디자인 개념이 없이 조성된 각종 시설물로 인하여 본래의 아름다움이 묻히거나, 가치가 떨어져서 계속 오고 싶고, 보고 싶은 어항, 어촌 환경이 아닌 장소가 많은 것 같다.

오늘날, 디자인 개념이 변화하고 육지에서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연안역 주변부에서는 아직까지는 해양공간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해양공간환경이란 “해양과 연안역이라는 공간적 범위에서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유∙무형적인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러한 해양공간환경에 기술과 자원을 투입시켜서 잠재적 가치를 실현시키고, 활성화시키는 과정이 '해양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해양디자인기술을 통하여 해양공간환경에 쾌적함과 만족감을 주는 어메니티(amenity)를 향상시키고, 주거환경의 개선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증가시켜서 새로운 해양문화를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양공간환경요소에 대한 디자인적 접근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은 존재하고 있지 않다. 협성대 정규상 교수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는 해안법 상에서 비교적 경관 및 디자인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지시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관련계획이나 조례를 수립하여 디자인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해양공간디자인 기술개발과 적용에 대해 통합적,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법인 가칭‘해양∙연안역 디자인 통합 관리법’과 같은 별도의 법률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해양공간디자인기술을 통하여 공간의 쾌적성과 만족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시키면서 공공의 공간으로서 친수, 문화공간 및 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어촌과 해양도시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시키는 시너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사람들을 바다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친숙감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바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해양공간디자인 기술인 것이다.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보더라도 어항과 섬의 개발에 있어, 어촌과 섬 주민의 삶,경제,생태를 포함하는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 해야하고, 고립된 정주 공간으로서 섬과 어항을 단순하게 보는 시각을 넘어서 섬의 부존자원인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등을 활용한 생산과 여가 공간의 조성으로 지역경쟁력을 강화 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양디자인 기술을 접목하여 단순히 어촌,어항의 물리적 대상에 대한 개발만이 아니고, 더 나아가 친수문화 형성과 해양공간 활성화로 융합해야 해양선진국으로 가는길이라 생각해 본다.

임장근 행정학 박사/독도재단 이사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