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사장 "글로벌 트렌트...환경보호 이점 감안해달라"
애플, 2020년부터 충전기 제외...2년간 8조원 비용 절감 추정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엄숙했던 국감장에 한순간 웃음꽃이 폈다.
하지만 백 위원장이 전하고자 한 내용은 날카로웠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의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제외한 것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백 위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에게 스마트폰 충전기를 미지급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 위원장은 증인 신문 시간이 종료된 후 마련된 추가 시간에서 최근 구매한 갤럭시 스마트폰 제품 구성품에 충전기가 없어서 놀랐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하며 "이를 본 자녀가 '삼성전자가 애플의 나쁜 점만 닮아간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태문 사장은 충전기를 제외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선택이라고 답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충전단자가 국제표준 규격인데다가 기존 충전기를 활용해 새로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만큼 환경보호를 위해 충전기를 제외했다는 게 노태문 사장의 설명이다.
노태문 사장은 "충전기는 재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새로 제공하는 것이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친환경에 앞장서야하는 글로벌 선도기업 대부분이 같이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다. 충전기 제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부분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의 언급대로 삼성전자에 앞서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충전기를 제품 구성품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애플은 탄소배출 절감 등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분석업체 CSS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 제품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제거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약 8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이 충전기를 제외한 만큼 제품 포장과 운송 부문에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음에도 아이폰 가격을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별도의 충전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층까지 고려하면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CSS인사이트의 분석이다.
백 위원장도 삼성전자의 방침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백 위원장은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되며, 삼성전자는 이익을 거둔다"며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위해 (충전기 포함 여부를) 옵션으로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