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보다 반(反) 러시아의 인권을 택했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기후재앙보다 반(反) 러시아의 인권을 택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인권 증진에 노력한 벨라루스의 활동가와 시민단체 2곳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기후 재앙보다 인권을 택했다. 현시점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외면하지 않고 기후 재앙보다 더 많은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제고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Ales Bialiatski),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Memorial),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기후재앙보다 인권을 택한 노벨상 위원회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며 "이들은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권리를 증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올해 60세의 비알리아츠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철권 통치에 맞서 활동해 왔으며 작년 7월부터 투옥된 상태다.

그는 거리 시위에 대한 정부의 잔혹한 탄압에 대응하여 1996년 비아스나 인권 센터(Viasna Human Rights Centre)를 설립해 인권운동을 펼친 주인공이다. 비아스나는 봄(spring)을 뜻하는 말이다.

노벨 평화상위원회는 "비알리츠키는 고국의 민주주의와 평화적 발전을 촉진하는 데 그의 모든 삶을 바쳤다"고 평가했다.

비알리츠키는 2011~2014년 자신이 계속 부인해 왔던 탈세 혐의로 처음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2020년 벨라루스의 선거 조작에 대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가 다시 구금되었다.

베리트 리스-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벨라루스에서 그의 인권투쟁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발판 역할을 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은 구 소련 시대의 인권침해를 연구하기 위해 창설된 단체다.

지난해 말 러시아 당국과 법원 결정으로 지방 및 산하 조직과 함께 해산됐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다른 수상자인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동구권의 인권과 민주주의, 연대 확립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이어지면서 반(反)러시아 진영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다른 노벨상들과는 달리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벨이 평화상은 노르웨이에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사진=위키피디아]

노벨, 평화상 수상은 노르웨이에 맡겨… 시상식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가 설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시상하는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다른 노벨상들과는 달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벨이 평화상은 노르웨이에 권한을 이임했기 때문이다.

1901년의 첫 수상자는 적십자를 창립한 스위스의 앙리 뒤낭과 국제평화연맹을 창설한 프랑스의 프레데리크 파시이다.

또한 학문적 성취와 무관하게 탈 수 있는 노벨상이기도 하다. 물론 전 세계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학문적 성취에 준하는 국제적 업적을 달성해야 한다.

물론 과학자, 경제학자, 문학가가 평화상을 수상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먼 볼로그, 무함마드 유누스, 베르타 폰 주트너, 그리고 라이너스 폴링이 좋은 예다.

1948년 마하트마 간디는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수상자 발표를 얼마 앞두고 암살당했다.

노벨상은 발표 시점에 생존 중인 인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간디의 평화상 수상은 무산되었고, 그 해의 노벨평화상은 이례적으로 공석이 되었다.

노벨상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간디에게 사후 평화상 수여를 여러모로 검토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다른 노벨상과 달리 논란이 매우 많은 상이다. 근본적으로 '평화’라는 주제로 상을 주는 것은 각 국가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수상자의 업적의 평가가 각 구성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적 수장들의 수상은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전쟁과 관련되어 상을 받은 헨리 키신저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으로 상을 받은 양쪽 수장의 수상에 대한 비판이 많다. 1978년 안와르 사다트와 메나헴 베긴이 그러한 경우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주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3번째로 수여된다. 지금까지 단독 수상은 69차례였으며 2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3차례였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2억7천만원)가 지급된다.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이날 평화상까지 선정됐다.

올해 노벨상 시즌은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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