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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의 시방목지](78) 꿈
[문상금의 시방목지](78) 꿈
  • 문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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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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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빛의 그림자이다, 너이면서 나의 모습이다, 미이면서 추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투영이며 예지이다’ ’
 


 

문상금
 

밤마다
날개를 단 채
날아오르는 피투성이의
하늘

그 하얀
실선
 

-제1시집 「겨울나무」에 수록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뉴스라인제주

보통 여섯 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하는데, 짧고 깊게 잠을 자는 편이다. 굳이 수면뿐만 아니라 대부분 일이나 사랑이나 사람 관계 같은 것들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낮에도 날아오르고 밤에도 또한 날아오른다. 결국 밤낮, 깨어있을 적이나 깨어있지 못할 때에도 날아오르는 것이다. 양 겨드랑이에 빛나는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날아다닌다고 하는 것일까.

여기서 날아오른다고 하는 것은 밤낮 꿈틀댄다는 것이다. 꿈틀댄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연구하고 탐구하고 기록한다는 것이다. 성찰하고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도전하고 끊임없이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뜻이다.

머무르지 않는 것, 하늘에 구름처럼 빛깔처럼 바람줄기처럼, 거의 매일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움직이고 커가고 작아지고 옅어지고 또 짙어지는 그 변화무쌍한 현상들처럼, 시시각각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서귀포 강정천 맑은 물소리를 들으러 가끔 길을 떠나면, 매끄러운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이 바다로 흘러가곤 하였다. 그 적막하고 평화로운 바위들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여도 차가운 물의 기운이 바위를 타고 온몸을 타고 전해져, 서늘해지는 것이었다.

아아,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끊임없는 꿈틀거림이, 그곳은 바로 아주 강력한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피투성이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가녀리고 투명한 어린 은어 떼들이 하나씩 둘씩 물을 헤엄치고 와서는 다시 높은 바위 너머 폭포 같은 물줄기를 향하여 튀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은 비틀거리며 물줄기를 넘어갔고 몇몇은 바위를 타고 미끄러졌다가 다시 튀어 오르곤 하였다.

아아, 몇 몇은 상처투성이인 채로 허연 배를 드러내고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종내는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내가 밤낮 날개를 단 채 날아오르는 피투성이의 하늘은 비단 나한테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단한 것도 아니었으며 은어들한테는 날아오르는 하늘이 바로 또 다른 가파른 물이었으며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모두들 각자의 하늘을 지고 살아가듯, 각자 날개도 없이 처절히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하얀 실선을 넘고 넘어 빛나는 세계로 부단히 정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본능이든 삶이든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피투성이의 길이든.

여름 별미로 가끔 은어튀김을 한 접시 만들어 머리부터 지느러미 그리고 꼬리까지 자근자근 씹어 먹곤 하였는데 그 이후로는, 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은어는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민물고기이다. 은어는 새끼 때 바다에서 자라다가 봄이 되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강가에 우거진 숲이 있으면 숲 그늘을 드나들며 터를 잡는 것이다. 특히 바다를 낀 오염되지 않은 하천 상류의 청정 1급수에서만 서식하기로 유명하다. 강정천 맑은 물에서도 이제는 갈수록 찾아보기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늘 밤 꿈속에서, 맑은 물을 첨벙거리며, 몇 마리 은어를 잡아 볼거나…….아야, 아야, 말아라, 꿈속에서 첨벙첨벙 시어(詩語)나 잡아 보아라’ [글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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