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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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뜻하는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라는 것을 아는가. 지구종말시계는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폭탄개발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고안한 시계이다. 시계의 자정을 인류 파멸의 날로 보고, 인류 스스로 만들어 낸 위험한 기술이 얼마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인 이미지 시계로 핵위기 외에 기후위기까지 종말 계산에 반영된다. 1947년 이래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해왔는데 올해는 지구종말시계가 첫선을 보인 지 75년 되는 해이다.

현재 이 지구종말시계는 2022년 1월 20일 기준으로 자정 전 100초를 가리키고 있다. 1947년 미국 핵과학자 회보에 실린 뒤 최근까지 20여 차례 정도 수정됐다. 인류의 행동에 따라 앞당겨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1947년 시계가 작동된 이래 요즘보다 더 종말에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고 한다. 2020년 자정 100초 전으로 당겨진 종말시계는 2021년에도 100초를 유지했다. 핵전쟁 위협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도 부족했으며, 각국 정부와 기관은 허위정보를 용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추겨 핵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처음에 지구종말시계는 자정의 7분 전에서 출발했다.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 2분 전으로 자정에 가장 가까워졌다. 1991년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상에 서명하고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에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냉전체제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1991년에 지구종말시계는 17분으로 늦춰진 적이 있었다. 이때가 1947년 이래로 자정에서 가장 멀어진 시기였다. 하지만 이후 시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실시하고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감축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9분으로 떨어졌고, 해결되지 않는 북한의 핵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지속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현재 지구종말시계는 1분 40초 전까지 떨어졌다. 이는 1953년 이래로 지구종말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애초에 지구종말시계가 만들어지고 종말의 시간을 앞당긴 가장 주요한 요인은 핵의 위협이었다. 미국이나 인도 등지의 핵실험과 핵무기의 개발과 전쟁이 지구종말의 시간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는 핵의 위협보다 기후위기의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핵의 위협도 여전히 상존하지만 그것보다 기후위기에 따른 기후재앙이 가장 직접적이고 주요한 인류 멸망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가 개막했을 때 당사국 의장이었던 존슨 영국 총리는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너무 빨리 다 썼다면서 지구종말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지금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COP26은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로 낮추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기후재앙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자 지구종말시계에 이어 기후위기시계가 별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로,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옥상에 2019년 독일 베를린, 2020년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기후위기시계가 설치됐다. 기후위기시계는 현재 6년 205일을 가리키고 있다. 시계는 365일 밤낮없이 작동하며 시민들에게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맞닥뜨린 현재의 문제임을 알리고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전 세계 평균기온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로 1.5℃ 상승까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바탕으로 제작되며, 이것을 다 소모해 버리면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지금 기후위기시계의 시각은 6년 정도로 적어도 2028년이 끝나기 이전에 지구온난화를 임계값 아래로 유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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