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사실상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판결이지만 향후 대기업 등 각 기업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노동자의 ‘연령’을 이유로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권익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의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입장문에서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비판한 뒤, 이후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가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경총이 임금피크제를 ‘연령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이제 발 빠른 후속대책이 더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 대기업까지 임금피크제 폐지가 이어진다면 노동자들은 정년까지 채우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역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기업의 경제적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이 더 큰 어려움으로 빠져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이번 재판부의 결론이 대기업 부문까지 연결되는 것인지는 좀 더 봐야 한다. 재판부가 언급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이나 임금 삭감의 수준 그리고 임금 피크제 노동자의 업무량 등에서 기업마다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법원 결론이 나왔다.

이제 노동부가 이 판결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후 기업도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 폐지 이후의 노사관계, 특히 회사 상황에 맞는 기준 등을 세밀하게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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