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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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선거가 낼모레다. 길거리 나가면 곳곳에 선거운동원이 보이고 아침저녁으로 지하철 타거나 내릴 때는 줄줄이 서서 인사하는 게 하나의 풍습도가 됐다.

눈에 띄는 정당은 단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다. 다른 정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도 작은 정당은 운동원이 서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서 있더라도 아주 소수만 서 있을 뿐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여기엔 선거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

큰 당은 돈도 많고 사람도 많아 무슨 행사를 해도 규모 있게 할 수 있다. 나라 전체로는 물론 지역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사람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큰 당이 영향력이 센 걸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당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인해 선거 때 불평등이 심화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산식은 복잡하지만 정당은 국회 의석과 득표수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선거가 없는 해에도 받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더 많이 받는다. 이번 지자체 선거를 맞아 의석이 많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당 보조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민주당은 237억원, 국민의힘은 210억원을 받았다. 한 푼도 못 받는 정당도 수두룩하다.

의석이 많은 정당은 의석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다. 당 소속 의원들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움직임 자체로 당이 많이 알려지게 돼 있다. 의석 보유에 비례해서 많이 알려지게 돼 있는 정당들에게 의석이 많다는 이유로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 돈으로 더 많이 알릴 수 있어 정당의 기득권은 더욱 강화된다. 이건 당연해 보이지만 시민의 정치참여 확대와 새로운 세력의 진출을 생각하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황당한 것은 유효 투표의 15% 이상을 받으면 선거에 들어간 돈을 전부 돌려주고 10%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에게는 선거 비용의 50%를 돌려주고 10% 미만의 표를 얻은 후보에게는 한 푼도 나눠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전 빈익빈 부익부다. 보수 양당 중심의 정치 기득권 구조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이 같은 불공정한 선거 비용보전 시스템은 무엇을 의미할까? 정치 기득권 세력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정치 지형을 더욱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할 뿐이다.

일부 지역만 빼고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두 거대 정당은 선거 자금의 전부를 돌려받는 반면에 진보정당이나 작은 신생정당은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결과가 반복된다. 진보정당이나 신생정당으로 출마하는 인사나 정치신인은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강익강 약익약’ 구조다. 이건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하다. 제도화된 선거 불평등구조는 차별 구조를 만들어낸다. 진보정당과 신생정당을 차별하는 정치구조 때문에 기득권 정당과 기득권 세력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는 깨지기는커녕 더욱 단단해진다.

지금의 선거 제도 아래에서 선거 공영제는 허울뿐이고 실제로는 거대한 기득 양당의 호주머니 채우는 기능을 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을 94% 이상을 독점하고 국가의 선거 지원금 대부분을 독점 공급받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세금 먹는 하마다.

지난 총선 직전 연동형 비례 제도를 도입했지만 두 거대 양당이 나란히 위성 정당이라 불리는 가짜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한 표의 등가성 확보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이들 양당은 이익 앞에서는 잘도 뭉친다. 누가 다수 의석을 장악하느냐, 누가 대통령을 차지하느냐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환경 보호, 사회개혁, 재벌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비정규직 차별 구조 혁파, 다단계 하청구조 타파, 기후위기 대응, 안전한 일터 확보 같은 문제에 이르면 대동소이한 문제로 다툴 뿐 개혁 의지가 없다는 공통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선거 공영제라는 이름으로 두 거대 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정치자금 지급체제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선거 비용 지원체제는 완전히 해체하든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든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수 양당 독점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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