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예멘 난민들이 수도 사나에 있는 UN 대피처에서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예멘 난민들이 수도 사나에 있는 UN 대피처에서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디아 이브라힘 마흐무드(11)는 영양실조로 몸이 약해져서 자신을 덮고 있는 담요를 혼자 옮길 수도 없었다. 사디아는 “나는 낫고 싶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간신히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마을에 학교가 없다”며 “사디아가 살아남는다면, 학교를 내가 직접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어린 소녀가 꿈을 이룰 기회는 결코 오지 않았다. 사디아는 며칠 후 숨졌다.

이 끔찍한 이야기는 매일 예멘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기근’이란 복잡한 용어로, 이를 규정하기 위해선 여러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간단하게 1600만명, 즉 예멘 인구의 절반은 이미 굶주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양실조와 콜레라, 뎅기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미래는 여전히 가혹하다며 예멘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조명했다.

예멘에서는 정부 측과 후티 반군 사이에 2014년 말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내전으로 시작했지만 주변 국가들이 개입함으로 지역패권경쟁의 성격을 지니게 됐다. 이란은 후티 반군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연합은 하디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 연합군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고 병참 지원을 해 왔다.

구호단체들은 5세 미만 어린이 4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샤브와주(州)에 사는 한 의사는 나라가 전쟁으로 한 세대를 잃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부 시골 지역의 여자 아이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14세였고, 그 이후로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 11살 정도의 소년들은 전쟁에서 싸우도록 모집되고 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예멘인의 70%는 영국과 같은 나라들이 그들의 결혼식, 병원, 그리고 학교까지 폭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예멘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그의 행정부에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지만 그의 외교적 노력이 연초부터 중부 마리브 지방에서의 전투를 중단시킬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마리브시에 살고 있는 하마스 알 무슬리미(21)는 “우리는 이미 한 번 집을 떠나야 했다”며 “밤새 탄도 미사일 공격을 받고 드론이 하루 종일 도시 위를 날아다닌다. 우린 녹초가 됐다. 그들(정부와 반군)은 싸움에 지치지도 않았을까. 이제 뭐가 남은건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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