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성급하게
시냇가의 버들강아지를 부르나 보다
솜털이 부슬부슬 잿빛 벗으며 맑아지나 보다

▲ 장지연 시인

남쪽에서는 때 이른 개화 소식
어느 시인의 시선에 붙들려
봄을 노래하게 한다
곧 홍매화 숨겨둔 마음 드러내려나 보다

나의 겨울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그대와 함께 겨울을 만지고 느끼지 못했으니
아직 우리의 겨울은
언덕 너머 바람의 길목을 서성이고 있다

자기야 빨리 와
얼어붙은 내 볼 그대의 손으로 녹여 줘
차가운 내 손은 그대 주머니에서
수줍어 화끈거리겠지
눈길에 발자국 뽀드득 간지럼 태우며
둘이 걸어보고 싶어

그렇게 겨울 이야기가 쌓여 함박눈이 된 후
우리의 시간이 흘러 투명한 얼음이 된 어느 날
둘의 시선 따뜻하게 마주쳐 빛나면
스르르 녹아 비로소 봄이 올 거야

그러니 시인이여
아직 봄을 노래하지 말고
그리운 사람을 불러 줘
꽁꽁 얼어 녹지 않을 겨울 추억이
겹겹이 쌓이게 말이야

저작권자 © 미래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