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니진스키 인간을 넘어선 무용
선입견을 넘어 시대를 앞서간 무용수의 삶

니진스키 (사진=을유문화사 제공)
니진스키 (사진=을유문화사 제공)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발레리노를 떠올리면 단단한 근육질에 균형 잡힌 몸매를 상상하게 된다. 긴 팔과다리에서 그리는 몸짓은 발레의 매력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작은 키에 굵은 다리, 비대칭적인 몸을 가진 발레리노가 무대 공연 20여회, 네 편의 안무작품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발레의 전설로 추앙받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고전 발레의 법칙을 무시하고, 당시 발레리노가 입어야 했던 반바지를 벗어던지고 타이즈만 입은 채 무대에 올라갔고, 안무한 작품들은 선전성과 격렬한 동작으로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러시아의 발레리노 니진스키는 당시의 금기과 편견에 도전했고 자기만의 색을 발현해 현대 발레의 시작을 알린 천재였다.

시작이 창대해서일까? 니진스키는 헝가리 무용수 로몰라 드 폴츠키와 결혼을 기점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동성 애인이었던 댜길레프가 창단한 무용단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결혼과 함께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스스로 발레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헝가리에 억류됐으며 1919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정신병 진단은 예술가로서의 종말을 의미했다.

시대를 앞서간 무용수,

관객의 거부감과 논쟁

무용의 신’이라 불린 니진스키는 열악한 신체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움과 강함을 겸비한 발레리노였다. 그의 점프는 중력을 거스르고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22살에 안무가로 활동하며 고전 발레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였지만, 너무 앞서가서인지 관객의 거부감과 논쟁을 일으켰다.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건 선입견을 뛰어넘는 것이며, 익숙함보다는 거친 호흡이 있어야만 한다. 편견과 금기의 도전이 아름다운 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후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한 번 보면 낯설지만 두 번, 세 번 보면 익숙해진다. 변화는 기울기의 각도보다 길이가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또한 책을 통해서 당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활발한 교류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을 위해 현대적인 음악을 작곡했고, 코코 샤넬은 <봄의 제전>을 본 뒤 재공연을 후원했다.

대중에겐 파격적이었지만, 예술가들에겐 새로운 시도를 제공한 선구자였던 니진스키. 저자인 리처드 버클은 그의 생애와 예술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자료를 수집해 객관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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