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배희준 이사장, 이경복 정책이사, 강지훈 병원전단계 위원장.
왼쪽부터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배희준 이사장, 이경복 정책이사, 강지훈 병원전단계 위원장.

국내 뇌졸중 치료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ㆍ확장’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배희준 이사장ㆍ서울의대 신경과)는 1일 롯데호텔서울에서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는 대한뇌졸중학회 주최로 국내 뇌졸중치료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효과적인 뇌졸중치료를 위한 정책적 개선 방안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뇌졸중 의료인력 부족ㆍ전문센터 지역 불균형 극심

먼저 주제 발표를 맡은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뇌졸중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과 후유장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병원전단계에서 뇌졸중 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재관류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전원 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는데, 가장 낮은 곳은 제주(9.6%)였고,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44.6%)로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치료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 정책이사는 “전원율이 높은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불균형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의대 신경과)은 첫 병원 방문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이유로 뇌졸중 전문의료인력의 부족 및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강 위원장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2년 5월 기준으로 215개에 달하지만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라며 “구급대원이 이송 예상병원에 뇌졸중 의심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정보가 뇌졸중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기 치료 가능한 센터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

대한뇌졸중학회는 현재 지역기반의 전문적인 뇌졸중 진료 체계 구축을 통해 양질의 뇌졸중 진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진료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증의 주요 기준은 정맥내 혈전용해술 시행가능 여부,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 등 9개 기준 21개 항목에서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현재 재관류치료까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54곳, 일반 뇌졸중센터는 13곳으로 총 67곳이 뇌졸중센터로 인증됐다.

문제는 뇌졸중센터가 서울, 경기, 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고,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뇌졸중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도 수도권에 57.1%가 집중돼 있어 지역편중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은 “전남, 전북, 경북, 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에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며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차 위원장은 뇌졸중센터 지역 불균형의 주 원인 또한 인력과 자원 부족을 꼽았다. 그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며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차 위원장은 신경과 전문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개 밖에 되지 않는다”며 “30.7% 응급의료센터에서는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의료 비해 정부 재정지원 턱없이 낮아

학회는 이런 지역편중현상 해결을 위해 병원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서비스(EMS)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 있게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권을 기반으로 한 응급의료센터 분포체계와 같이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뇌졸중학회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와 외상의 경우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후 5년 단위 응급의료 기본계획 수립 및 수행을 통해 지역-권역-중앙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으로 전달체계의 구축이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

그러나 심뇌혈관의 경우 법률 제정이 2016년으로 응급의료에 비해 약 20년 뒤졌고, 전달체계의 구축도 전국에 13개 권역센터가 지정되어 있는 수준이다. 이조차 현재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올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응급의료기금이 2,759억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그러나 뇌졸중과 관련된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원 예산은 71억에 불과하다

이경복 정책이사는 “뇌졸중 치료는 현재 전문의 부족, 뇌졸중 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하여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환자가 이송되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반영대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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