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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과별·지역별 의료인력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비수도권 외과계 전문인력의 불균형, 지방의료체계 붕괴로”
“의료계, 사회 전체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전문의 수가 적든 많든, 부족과 과잉 사이에서 지역 불균형에 따른 의료인력 양극화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제점 및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2020’에서 내과, 외과 할 것 없이 이른바 필수의료과와 전국 병원들이 의료인력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현황 설명과 함께 대안 마련 필요성이 제시됐다.

먼저, 양산부산대병원 이상돈 교수는 외과계 중 비뇨의학과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역 불균형에 대한 장기적 보건의료정책과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및 의료수가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특히 10년 동안 비뇨의학과를 포함한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이 100%에 못 미치고 있다. 지역별로 진료인력이 양극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2017~2019년 비뇨의학과의 지역별 전공의 확보현황 자료를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은 2017년과 2018년 정원 30명 중 각각 15명, 20명을 기록했다가 2019년 정원 32명 중 31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2017년과 2018년 정원 20명 중 두 해 모두 10명을 기록하고, 2019년 정원 18명 중 8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전체 전공의 수가 1명이거나 아예 없는 비뇨의학과 수련병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없는 곳은 78개소 수련병원 중 31개소였고, 전공의가 1명 있는 수련병원은 19개소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9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은 전체 74개소 중 38개소, 1명 있는 수련병원은 12개소뿐이었다. 2019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이 32개소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문제점으로 ▲장기적 정부 정책 부재 및 실패 ▲적정 진료인력 수요 및 공급 추계의 문제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수 적정 비율 문제 ▲1·2·3차 의료전달체계 비정상화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진료수가 ▲전문과목별 진료환경 양극화 ▲기피과 전문진료과목에 대한 부정적 평가 및 사회 인식 ▲의과대학생의 시대적 변화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외과계 전공의 지원율 저하로 비수도권 외과계 전문인력의 불균형이 일어날 경우 암환자나 외상환자, 응급환자 등 고난도수술이 불가능하고, 중증환자 진료도 불가능하다”며 “이 결과 수도권 특히 빅5병원 환자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지방의료체계 붕괴와 수련교육의 붕괴, 더 심각한 것은 외과계 학문의 단절을 야기해 그 결과 국민건강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외래 연간 진료 횟수나 평균 재원 일수, 의료접근성 등 의료인력 관련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진료수가 조정을 통해 균형적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전공의의 근무환경 개선, 의대생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기피 전문진료과목 부정평가 해소 및 사회 인식 개선 등의 활동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입원전담전문의 양극화 현상

내과계를 중심으로 의료인력 양극화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전남대병원 박창환 교수는 “전공의가 많고 좋은 병원은 전공의가 늘어나는 반면, 전공의가 없고 부족한 병원은 갈수록 퇴화하는 상황”이라며 입원전담의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조차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형태를 우려했다.


박 교수는 “입원전담의 제도가 활성화돼 내과 입원환자를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고,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를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전공의, 전공의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지도전문의에게도 좋다”며 “그래서 대한내과학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은 어떠한가”라고 반문하며 “올해 나온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보면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병원들은 환자를 24시간 전담할 수 있는 최소인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가를 보전하려면 2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데 2명 이상을 채운 곳도 드물어 특히나 수도권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쏠리고 타지역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 수도권으로의 환자 집중 이유가 수도권의 의료 질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즉 환자들은 지역의료의 불신이 있다. 환자들은 교통비나 추가 경비 등의 불편함보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우수한 질을 더 높이 사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지방 대형병원들도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과 견주어도 비등한 치료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을 환자들이 몰라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의료기관 평가, 응급의료 평가, 수술 별 진료량 평가 등에서도 수도권 대형병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전문의 진료인력 양극화 극복을 위해 지역 수련환경 개선은 지역병원 힘만으로는 힘들고 국가 차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외과 전공의 지원이 감소했을 때 외과 전공의 지원제도를 만든 것처럼,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제도 같은 것을 만들어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이 필요하고, 더불어 지역 입원전담전문의와 지역 지도전문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과의사가 인정받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명지병원 신혁재 교수는 일본을 예를 들며 외과의사를 포함한 필수의료인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데 대해 그들이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10여 년 전에 외과의가 줄어들자 사회적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에 외과의사가 없다는 것을 근심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발족하고 시민홍보와 의료정책 보완 등이 이뤄지면서 전공의의 외과 지원율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필수의료를 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사회적 헌신의 인정과 존중이 있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고생하면서 필수과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비인기과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시민홍보와 의료정책을 보완하면서도 필수의료과에 있는 사람이 보람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외과가 사라지는 것을 뒤늦게나마 걱정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도 생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