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단절에서 협력으로, 키워드는 ‘보건의료’

한반도 당뇨병 관리모델, 남북공동진료단 구성 등 제안


“한반도를 하나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반쪽이 건강한데 나머지 반쪽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과연 그 전체가 건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이사장은 27일 통일보건의료학회와 사단법인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한반도 공동체를 위한 온라인 토크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하며 남북한 보건의료인의 역할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한반도 당뇨병 관리모델’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대응할 것과 ‘생명사랑남북공동진료단’을 꾸려 DMZ 접경지역 주민들의 건강 향상을 함께 도모하자고 했다.

먼저 김신곤 이사장은 ▲북한 주민의 치아건강 문제 ▲높은 영유아 사망 비율과 낮은 기대수명 ▲성인병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관리 부재 등을 문제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북한의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7~9배에 달하는 현실도 가슴 아프지만, 기대수명도 우리와 비교해 북한이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며 “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온전한 건강으로 기대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은 빈곤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며 “예시로 소련이 개혁개방으로 나가면서 동구권들 시장이 개방되고 이로 인해 건강상태가 어떻게 되는지 추적해본 결과 경제적으로 성장하는데 오히려 역설적으로 암이나 심혈관질환은 더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하는 측면에서도 만성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주민의 사망원인은 감염성 질환이나 영양 문제보다는 비만과 함께 동반되는 심혈관질환이라고 했다. 북한은 냉장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짠 염장식품을 많이 먹고 흡연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문제는 심혈관질환의 합병증으로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생겼을 때 급성기 케어가 미비하다”며 “고혈압의 경우 평생을 두고 증상이 없어도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품의 부족 등으로 약을 지속적으로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당뇨병연맹에 속해 있는 그는 작년 5월에 조선의학협회의 요청으로 북한 당뇨병 전문가들 200명을 대상으로 평양에서 당뇨병 관련 강의를 한 경험도 소개했다. 조선의학협회는 북한 보건의료인들이 대외적·학술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다. 

김 이사장은 “북한 주민들이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병, 만성질환 등으로부터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더 나아가 남북한이 함께 힘을 모아 한반도의 당뇨병 관리모델을 만들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의 첨단기술과 북한 나름의 장점을 모아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 로드맵과 전략 모델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그 모델을 수출하는 것을 꿈꿔본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세계적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경색된 남북한의 분위기를 오히려 계기로 삼아서 신종감염병 방역을 위한 협력 부분을 찾아내고 남북공동진료단을 꾸려 감염성질환, 만성질환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사람을 돕는 것부터 해보자고 제안했다. 또 동아시아권 코로나19 공동대응 컨소시엄 구축의 필요성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한 통일’이라는 것은 통일이 되고 나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지금부터 서로가 생명존중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공유하는 노력이 있어야 후손들에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보건의료종사자들은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료원장은 ‘DMZ 평화병원’을 꿈꾼다고 했다. 그는 “DMZ가 열리면 제 꿈 중의 하나인 DMZ 평화병원을 만들고 이곳에서 단순히 진료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질병관리본부로서 남북한의 병을 관리하고 해결책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보건의료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생명의 끈을 함께 이어야 한다”며 “어렵겠지만 보건의료를 통해 계속 이어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