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플라스틱 반지를 끼워주겠어요
지구와 함께 지속할,
유사 이래 최대 발명품
오죽하면
알바트로스가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겠어요
플라스틱 사랑,
일회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요
우리의 사랑도 일회용
30년이나 갈까요?
조형은 물론 가공도 가능할 거예요
녹였다 굳혔다, 색색깔로 바꿔가며
알콩달콩 그렇게 살아요
우리 간 다음에도 오래오래 남아
거북이나 고래 뱃속에서도
사랑을 증명해줄 테지요
자, 이제
색깔과 모양만 정하면 돼요
<시작노트>
알바트로스는 일명 ‘신천옹’이라 불리며, 지구상에서 날 수 있는 가장 큰 새로 꼽힌다. 그런데 그 알바트로스가 죽어서 배를 갈라보니 뱃속에서 플라스틱 덩어리가 나온 것이다. 그 옆에는 새끼 한 마리도 죽어 있었다. 플라스틱이 먹이인 줄 알고 제 새끼에게도 먹인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설희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슴을 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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