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식사·경조사비 등 업무추진비 명세가 공개되는 세상이다.
최근에는 전남 광양시의회 의원·직원 등 17명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광주 동구·남구청도 단체 식사를 한 사실이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에서 드러났다. 이들 공무원이 시민에게 5인 이상 모여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행정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점점 많이, 빨리 공개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분야에서는 밥 한끼 사 먹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공분야 ICT 사업 입찰 담당자들은 시민들이 낸 세금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식사비보다 몇만배인 수억원대 이상 공공사업에서 온갖 불공정 사례가 아직도 발견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공공사업 불공정 사례 제보는 대부분 입찰에 참여하려는 기업들로부터 받게 된다.
제보자들은 공정한 입찰 행정이 이뤄진다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더라도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얻고 싶어서 제보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정 제품이나 기업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공공발주처 때문에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밤에 잠도 안 온다는 게 제보자들의 이야기다. 기술도, 실력도, 실적도, 인력도, 자본도 있는데 사업에서 부당하게 배제되는 걸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발주처 담당자들도 답답할 것이다. 이들은 "업무를 담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는 지자체 공무원은 자신이 맡은 입찰 업무에 대해 "이제 막 덧·뺄셈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미·적분을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입찰 담당자의 '무지' 변명은 통하기 어렵게 돼 가고 있다. 공공사업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종 법규가 제정·운영되고 있어서다.
사업 추진을 모니터링하는 기관들도 활동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이들 기관은 발주처를 대상으로 의무적 준수사항 안내뿐만 아니라 권고에서도 적극적이다.
'몰랐다'는 게 더는 인정될 수 없다.
2021년에도 많은 공공사업이 발주될 것이다.
공공발주처들이 공정하고 적법한 입찰 행정을 해나가길 바란다.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고, 시민들이 낸 피같은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