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화려한 '제주 왕벚나무' 전국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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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왕벚프로젝트 2050’ 전개
전국 17개 시.도에 사단법인을 설립, 제주산 왕벚나무 식재 운동 확산키로
국립수목원,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 서로 다른 별개의 종(種) 확인
제주시 봉개동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됐다.
제주시 봉개동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됐다.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전국에 보급·확산시키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 출신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최근 전국 시·도에 ‘왕벚프로젝트 2050’ 사단법인을 설립, 제주산 왕벚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한다.

현 소장은 전국에서 발기인을 모집하고 있으며,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왕벚프로젝트 2050’는 2050년까지 전국의 공원과 공공시설은 물론 가로수용으로 제주 왕벚나무를 식재하는 운동이다.

제주 왕벚나무는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나무의 키가 크고 웅장하며, 꽃보다 잎이 먼저 자라나는 일반 벚나무와 달리 꽃이 먼저 피어난다꽃자루 하나에 꽃이 여러 개 달려 다른 벚나무에 비해 화려한 것이 특징이 있다.

앞서 현 소장은 1998년 강화도에서 멸종위기 식물인 매화마름 군락을 발견했고, 이듬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로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존하는 ‘한국판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현 소장은 “제주를 제외해 전국에 식재된 왕벚나무는 제주 자생이 아니라 일본이 원산의 ‘소메이요시노’ 벚나무이며 한·일 연구자에 의해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번식·증식해 전국에 심는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벚나무 중 일본 왕벚나무는 ‘소메이요시노’라 불린다. 2018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유전체(게놈)를 완전히 해독,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별개의 종(種)으로 확인하면서 110년을 끌어온 ‘원산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랑스인 천주교 신부로 제주에 부임한 에밀 타케는 1908년 한라산 관음사에서 자생하고 있는 왕벚나무를 발견, 유럽 학계에 보고했다.

그런데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먼저 발견됐다. 1901년 도쿄 우에노공원에 있는 새로운 벚나무가 발견됐다. 일본 학계는 해당 벚나무의 자생지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타케가 발견한 왕벚나무 표본을 받은 독일 베를린대 쾨네 박사는 1912년 두 나무가 똑같은 왕벚나무이고, 그 자생지는 제주도라고 발표하면서 ‘한·일 왕벚전쟁’이 벌어졌다.

타케 신부가 아니었다면 왕벚나무는 일본의 나무가 됐을 뻔 했다. 일본은 왕벚나무 자생지를 ‘제주도’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런데 국립수목원과 명지대·가천대팀은 2018년 유전체 분석으로 제주 왕벚나무는 제주에 자생하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산벚나무를 부계로 해서 탄생한 자연 잡종인 것을 확인했다.

반면,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오오시마 벚나무를 부계로 해서 수 백년 전 인위적인 교배로 만들어진 잡종으로 밝혀졌다.

즉, 제주와 일본 왕벚나무는 둘 다 잡종이지만 별개인 종이다.

현진오 소장에 따르면 제주에서 자연 잡종인 왕벚나무가 탄생한 것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서로 다른 종(種) 간에도 꽃가루받이를 허용해 번식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도내 173곳에 194그루의 왕벚나무가 자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봉개동·관음사 등의 왕벚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봉개동 왕벚나무에서 딴 겨울눈을 활용해 조직 배양한 묘목 9000여 그루를 확보했고, 한라생태숲 등에 식재했다.

제주시 한라산 관음사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됐다.
제주시 한라산 관음사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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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호 2022-01-26 10:36:57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