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핵·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기대 난망이다.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폭압적 1인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김정은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남한에 완패한 김정은 입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을 겁박해 뭔가를 얻어낼 유일한 수단이 핵무기 뿐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굳힌 지 오래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일관된 핵 개발과 노골적인 미사일 위협이 일상화되자 우리 사회에서도 나토식 전술핵 배치나, 자주적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북의 위장평화쇼에 농락당할 수 없다는 분노와 위기감이 원인이다.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정권이 이른바 퍼주기를 통해 추진해 온 구걸(求乞)적 대북외교는 모두 실패했다. 현금과 물질 지원은 바다, 육지를 가리지 않는 북의 도발로 되돌아왔다. 그런 실패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자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노무현정권(2003225~ 2008224) 때인 2005‘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로의 복귀를 약속했었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0674,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서 ‘9.19 공동성명을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석달 뒤인 109일엔 1차 핵실험까지 했다.

그때 우리 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서 패트리어트 8개 포대를 도입(‘08.8)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명박정부(2008225~ 2013224)가 들어선 지 얼마안돼 다시 2차 핵실험('09.05.25.)을 했다. 당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09.5.26.)했고,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공격으로 잇는 일련의 공격형 방위시스템(Kill Chain) 개념도 정립('12.2)했으며, 현무-2 탄도미사일을 공개('12.4)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우리를 조롱이나 하듯이 핵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북한 정권은 이명박정부 임기만료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다시 3차 핵실험('13.02.12.)을 감행했다. 당시에도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을 타격가능한 순항미사일 동영상을 공개('13.2.14.)했고, 한미 대북 억제능력을 시현('13.3.28., B-2 전략폭격기 전개)했으며,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식 승인('13.10.2., 45SCM)했지만, 북의 핵실험은 중단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2013.02 ~ 2017.03)에서도 4차 핵실험('16.01.06.)5차 핵실험('16.09.09.)이 계속됐고,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16.1.6.), 한미 대북 억제능력 시현('16.1.10., B-52 전략폭격기 전개), 4D 작전개념 이행지침(CPIG) 완성('16.2.26.), 대량 응징보복 개념(KMPR) 발표('16.9.9.), 4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16.10.26.)시 강화된 확장억제 메시지를 천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한은 문재인정부(2017510~ 202259)가 들어서도 6차 핵실험('17.09.03.)을 감행했다. 이때도 우리 군은 대북경고성명(합참, '17.9.3.), 공군·육군 미사일 사격훈련('17.9.4.), 주한미군 사드체계 4기배치 발표('17.9.4.), 전략자산 전개·무력시위('17.9.18.) 등을 했지만, 다시 7차 핵실험 징후가 임박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북한은 오랫동안 실질적 핵무장을 해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엄포만 놓다가 세월 다 보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처음 배치된 1958년 이후 1991년에 완전철수할 때까지 한반도에는 950기에 달하는 핵무기가 배치되었었다고 한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비핵화에서 핵위기 관리로 방향이 바뀔 경우 우리의 대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략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던지, 자체적 핵 개발을 해서라도 북한, 중국 등 주변국들의 위협에 자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면밀한 준비를 시작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한결같이 북한은 핵 개발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말해왔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단 한 순간도 핵무장을 포기하거나 중단해온 적이 없다. 지난 2018년 초에 돌연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평화공세를 편 것도 핵 무력을 고도화할 시간을 벌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며 뻔한 거짓말을 순진하게 믿어왔다. 결과적으로 가짜 평화쇼로 천금같은 시간만 허비해 온 것이다. 이런 쇼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결코 재연되어선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열망이 몽상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과도한 짝사랑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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