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팔색조’ 김한길의 국민의힘 캠프 합류에 담긴 의미는

김한길 전 대표(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우) [뉴시스]
김한길 전 대표(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호(號)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오는 6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불발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무 거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마이 웨이’ 기조에 따라 당장은 방향타를 부여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장으로 낙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는 암(癌) 투병 등으로 약 6년에 걸친 정치 공백에도 윤 후보의 러브콜에 국민의힘 선대위 요직으로 합류하며 정가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중도‧합리 진보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야당의 반문(反文) 결집 카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 한편으론 탈당‧합당‧창당 등 변화무쌍한 정치 이력을 보유한 김 전 대표의 제1야당 선대위 합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한길의 제1야당행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與 ‘전략통’ 김한길의 상징성에 주목...尹 외연 확장성 제고 기대 
- 安과 연결고리에 범야권 단일화 가능성 제기...정계개편 카드도?


대통령선거와 같은 정치권 최대 이벤트에선 연대나 이합집산을 통한 대선 승리 창출은 흔한 정치공학으로 여겨진다. ‘보수 대 보수’, ‘진보 대 진보’와 같이 동일한 정치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진영 내 연대는 물론, 이데올로기가 다른 집단과의 연대도 대선 판도를 뒤집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15대 대선에서 DJ(김대중)정부 출범을 견인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대표적 사례다.  

김한길의 野 ‘외연 확장’ 파급력은

윤석열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총아’였던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캠프의 요직을 맡긴 것도 이에 준하는 경우다. 예측이 쉽지 않은 여야 초접전 대선 국면에서 상대 진영의 인사를 영입해 표심 유동층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차기 대선의 당락을 가를 최대 변수로 여야 대선 후보들의 외연 확장성이 꼽힌다. 더욱이 보수 색채가 강한 윤 후보로선 진보 가치와 개혁적 이미지를 녹여 낼 매개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여권에 몸담았지만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민주당과 꾸준히 대립각을 세웠던 김 전 대표가 윤 후보의 대선 캠페인 전면에 내세우기 적합하다는 윤 후보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표심 이반을 노려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소속된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김한길 전 대표는 민주당 이탈층을 흡수, 결집할 만한 인물로 최적임자”라면서 “합리적 진보와 중도 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김 전 대표가 합류함으로써 윤 후보의 제3지대 원정에도 상당한 모멘텀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김 전 대표의 선대위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호평했다. 

또 그는 “이미 지난 3월 윤 후보가 정계 진출을 선언하기 전부터 김 전 대표가 물밑에서 윤 후보에게 종종 어드바이스(조언)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도 김 전 대표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고 김 전 대표에 대한 윤 후보의 의존도가 높다고도 첨언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김 전 대표 선대위 영입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지난달 21일 윤 후보는 김 전 대표의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새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김 전 대표가) 정권 교체에 함께 하기로 했다”며 “정권 교체를 열망하면서도 국민의힘과 함께하기를 주저하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 이분들이 모두 함께할 플랫폼”이라고 성격을 밝혔다. 윤 후보 스스로도 김 전 대표의 캠프 합류를 발판 삼아 자신의 외연 확장성을 높이겠다고 노골적으로 심중을 드러낸 것.

김 전 대표도 이날 윤 후보의 발언에 “결론은 정권 교체다. 정권 교체야말로 우리의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의힘도 이제는 중원을 향해 두려움 없이 몽골기병처럼 진격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윤 후보의 진보‧호남 출신의 비문(非文, 비문재인)계 인사 영입에 가교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 측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광주 북구갑에 당선된 김경진 전 의원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 영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문병호·송기석 전 의원도 윤 후보 지지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전북 정치를 대표하는 정동영 전 의원과 김 전 대표의 인연도 부각된다. 김 전 대표는 2007년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당시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20% 이상의 득표율 격차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동교동계’와 회동을 가지는 등 정 전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진영 통합 전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호남 출신이자 비문인 김경진 전 의원을 영입했던 것처럼 그 상징성 때문에라도 김 전 대표를 영입한 것 아니겠나”라며 “김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가 호남‧비문 인사들을 영입하기 위한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가) 빅텐트의 시작점”이라고 국민의힘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김 전 대표를 매개로 중도‧진보 진영 인사 영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안철수와 인연 깊은 김한길, 범야권 통합 포석?

김 전 대표가 여권에 몸담았던 현역 시절 ‘제3지대 통합’ 비전을 공유하며 쌓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각별한 인연이 차기 대선의 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거치며 동고동락한 이들이 제3지대를 공통분모로 제3의 ‘김한길-안철수’ 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4.7 재보궐선거 직후 진행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좌초된 바 있다. 다만 야권에선 안 후보와 연결고리가 있는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경우 유화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엄존한다.      

김 전 대표에 정통한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표명한 상황에서 단일화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김 전 대표와 인연이 각별한 것은 사실”이라며 “두 사람이 과거 오랜 기간 노선을 함께했던 만큼, 김 전 대표가 적극 나서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다면 안 후보가 적어도 이를 고심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안 후보가 단일화를 고려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이 지금의 수구기득권 정당의 모습을 철저히 버리고 협상에 임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여의도에서 ‘비문·반문’ 인사로 통하는 김 전 대표는 2014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분열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과 ‘제3지대 통합 신당 창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 당시 안 의원과 공동대표에 취임한 바 있다. 

또 김 전 대표와 안 대표는 2015년 문재인 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내 주류인 친문‧친노계와 갈등을 겪은 끝에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호남계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정국을 뒤흔들었다.   

또 정치권에서 ‘정당 분쇄기’로 손꼽히는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탈(脫)보수 기류가 가시화된다면 범야권 단일화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기존 보수정당을 탈피해 중도 색채를 더한 신규 플랫폼으로 변모하게 될 경우, 안 후보를 포함한 반문 세력 규합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제3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새로운물결(가칭) 창당을 앞둔 김동연 후보도 외세 확장에 골몰하고 있는 야당의 잠정적 협상 대상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지난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한길 위원장은 본래 정당 리모델링으로 유명한 인사다. 국민의힘 캠프로 합류한 데는 수구 기득권정당 이미지가 강한 제1야당의 프레임을 대대적으로 전환시키려는 구상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을 포함해 여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이번 선대위 인선은 ‘윤석열당’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기존 보수정당의 정체성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중도‧진보를 아우르며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가 아니겠나”라고 진단했다.     
   
‘정당 브레이커’ 합류에 보수 정당 판갈이 관측도

여권 출신 인사들이 제1야당 선대위로 합류하는 등 진영을 넘나드는 ‘오버랩(overlap)’ 양상이 짙어지자, 보수진영 내에선 정권 교체 명분을 앞세운 대대적 정계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당 리모델링 전문가인 김한길 전 대표가 그 중심에 있다. 윤석열 선대위가 김 전 대표 등 진보‧호남 인사 기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진영 논리를 넘어선 정치세력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로 여권에서도 이러한 분석이 분출되는 모양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에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에 대해 “주로 창당 전문가니까 대선 전에 (재창당) 가능성도 있다”면서 “재창당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저분(김 전 대표)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며 “새시대준비위라고 하면 새로운, 기존의 국민의힘과는 성격이 다른 인재를 모으겠다는 뜻일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을 새로 만들려는, 새로운 창당의 일환으로 제3지대라고 불린 사람을 모아 국민의힘을 재창당하려는 모양”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고, 2016년에는 안철수 후보와 정치 노선을 공유하며 국민의당을 창당한 바 있다. 과거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던 그는 자의적 당적 변경 횟수만 8회에 이를 정도로 ‘제2의 이인제’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국면 전환에 특화된 전략성과 여의도 마당발로 알려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인사로도 종종 회자된다.

그런 그가 제1야당의 내적 쇄신이라는 정계개편 카드를 꺼내들 경우 국민의힘이 ‘재창당’이라는 돌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윤 후보를 돕고 있는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 출신 전직 의원 다수가 재창당을 통해 입당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반면 ‘김한길표 정계개편설’은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과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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