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가정어린이집연합회 원장·교사 선거인단 신청 강요 정황
- 어린이집 교사 A씨 “신청 문자 받은 것만으로도 압박”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차 국민선거인단 모집이 지난 3일 마감됐다. 마감 결과 최종 선거인단은 총 186만 명으로 집계됐다. 오는 16∼25일 3차 모집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선거인단 규모였던 214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86만 명은 엄청난 숫자다. 지난 7월 기준 강원도 인구수는 약 153만 명이고, 대전·광주·울산은 이보다도 적다. 민주당이 선거인단 확보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최근 직능단체인 경기도와 인천시 가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원장과 교사 등에 민주당 선거인단 신청이 강요된 정황을 파악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진짜 국민선거인단 맞나?
민주당이 선거인단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정당성’과 ‘대표성’ 때문이다. 비록 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수록 그 의미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데 혈안 되다 보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중 하나가 ‘강요’다. 선거인단에 참여하고 싶지 않지만 소속된 단체의 강권과 강요, 눈치 때문에 가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요서울은 경기·인천가정어린이집연합회에서 소속 원장과 교사 등에게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이 강요된 정황을 확인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인단에 가입한 원장과 교사 등의 명단을 명부 형태로 작성해 온라인 카페에 버젓이 올려놓았다가 취재가 진행되자 갑자기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선거인단 신청 후, 연합회로 통합 명단 전송?
경기·인천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최근 소속 원장들에게 지역별 할당을 하며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했다. 주로 원장들에게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해 선거인단 가입 링크 문자를 돌리는 방식이다.
경기도가정어린이집연합회 측이 소속 회원들에게 돌린 ‘선거인단 모집관련 안내’ 메시지에는 “1. 지지당 혹은 특정당원여부와 무관하며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 예) 원장, 교사, 기타종사자 및 가족 등 3. 모바일로 선거인단 신청 후 명단 작성해 경가연(경기도가정어린이집연합회)으로 회신”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선거인단 가입은 개인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신청할 수 있지만, 3번 항목 ‘선거인단 신청 후 신청자 명단을 작성해 연합회로 회신’의 내용으로 봤을 때 가입자 명단을 연합회 측에서 받는 것은 권유나 자율적인 가입 독려가 아닌 강제성을 띌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다수의 원장과 교사 등은 신청자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원치 않아도 신청하거나 또는 신청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가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교사 A씨는 일요서울에 “(선거인단)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 가입했다고 원장에게 보고했다”며 “연합회에 소속이 돼있으면 그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자율적으로 신청하라는 문자를 받은 것만으로 가입을 무조건 하라는 압박을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천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관계자는 “연합회 소속 원장과 교사 등에게 선거인단 가입서식 링크를 돌렸지만 이는 자발적으로 명단을 받은 것”이라며 “이름, 전화번호, 주소 같은 개인 정보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강요를 하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합회 측에서 후보자들 공약에 가정어린이집 현장의 어려움을 넣을 수 있도록 연합회 소속 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은 것”이라며 “선거인단 가입으로 당에 힘을 실어주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경기·인천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직능단체다. 직능단체는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 대부분은 단체 이익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가정어린이집연합회 뿐이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직능단체들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 “과열 경쟁 하다보면 그럴 가능성도”
일반 국민들에게 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정어린이집연합회 측이 소속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가입 독려와 신청자 명단 제출 등을 요구한 것은 조직적으로 가입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인 만큼 자율성이 담보돼야하지만 186만 명의 선거인단 중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요에 의해 가입된 사람이 있다면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요서울이 지난 3일 민주당 측에 관련 내용을 전하자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선거인단 관련 홍보는 하지만 누가 가입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며 “직능단체 등에 그런 지시를 할 이유는 없지만 후보 캠프 측에서는 과열 경쟁을 하다 보면 그럴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직능단체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지만 강요에 의한 선거인단 가입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관계자는 “선거인단 (가입) 독려를 하는 것은 후보 캠프 쪽인데 만약 A캠프 관계자가 연합회 측과 친분이 있어 당선을 위해 선거인단 가입을 부탁하는 등 권유하는 건 문제가 되진 않는다”며 “다만 선거인단 명부를 통째로 보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직무상 지위 이용하거나 특정 후보자 지지해야 ‘위법’
현재 당내 선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판례상 당내 경선 방법 위반으로 보려면 특정 후보자를 명확하게 지지하는 선거인단이 모집된 정황이 파악돼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직무상의 지위 등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한다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어린이집연합회 측에도 관련 내규에 의거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다는 정관이나 규정 내용 등이 있을 경우 위반 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