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당 ‘철부지’ 발언에 “예우 몰라” 반박
양당 신경전 감정 싸움 격화에 합당 성사 오리무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공모전 '나는 국대다 시즌2' 본선 심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범야권 합당 로드맵이 계류된 가운데, 통합 주체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합당 세부조항을 두고 양당이 신경전을 펼쳤던 것이 감정 싸움으로 격화된 모양새다. 

국민의당 측은 합당 과정에서 제1야당이 고압적 자세를 취했다며 이준석 당 대표를 겨냥해 ‘철부지’, ‘꿀 먹은 벙어리’ 등 앙금 섞인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4일 합당 협상이 결렬된 이후 국민의당의 이같은 반응에 자신의 SNS에서 “국민의당의 중도 공략 화법인가”라며 “37살 당 대표에게 저렇게 말하면서 2030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앞서 이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지목, 오는 9일을 데드라인으로 전제한 합당 재촉성 공식 성명을 냈다. 이에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단 소속이었던 김윤 서울시당위원장이 “국운이 걸린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제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고 격앙된 말로 되받아치자, 이 대표가 반박에 나선 것. 

이 대표는 뒤이어 “국민의당에게 추천한다”며 세계 2차대전 배경의 미국 전쟁 드라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에 나오는 대사를 소개하며 국민의당 측의 ‘애송이’ 발언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We salute the rank, not the man(사람이 아닌 계급에 경례해야 한다)”라는 윈터스 소령의 대사를 언급하며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당대표 직책에 예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연소 당대표를 얕잡아 봤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아니라 철부지 애송이로 보이니까 정상적인 질문에 정상적인 답변이 안 나오는 것”이라며 “합당 대의나 국민들의 야권통합에 대한 열망보다는 그냥 이준석에 꽂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놓고 남의 당 전당대회에 개입해서 이준석 떨어뜨리려고 하고, 지금도 철부지 애송이 소리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합당 최종 논의를 위한 당대표 회동 제안에 응답이 아닌 원색적 비난이 돌아온 데 대한 유감 섞인 질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이 대표가 장난하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에 국민의당이 맞장구 쳐 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우리가 당세로 봐서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자존심)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입을 보탰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3차에 걸친 합당 실무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에 이 대표는 양당 대표 간 최종 담판을 제의했지만, 안 대표는 현재까지도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양당의 감정 싸움이 격화됨에 따라 지도부 담판 테이블이 마련될 지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합당 요구조건에서 양당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비방에 가까운 신경전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합당 성사가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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