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이 세계화의 ‘벽’… ESG 강화 외치는 국내 기업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사진=연합뉴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규복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꽃들은 계절을 잊고 때아니게 피었다가 지곤 한다. 뚜렷한 사계절도 희미해졌고, 장마가 길어졌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이상기온현상이다.

기후 및 환경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매출이 지상과제인 기업들은 한쪽 귀를 닫아왔다. 그런 기업들이 최근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 등 미국 기업 300개 이상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온실가스(탄소 등)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내 기업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조직을 만들고 탄소 배출 감축을 강화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들이 ‘개과천선’해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아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이 매출 증대를 위한 생존전략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지만,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구글과 맥도날드, 월마트 등 300개가 넘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해야 한다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오는 22일에는 미국의 주최로 기후 정상회의가 열린다.

서한에 서명한 CEO들은 2030년까지 탄소, 메탄 등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의 미국 내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최소 50%로 끌어내리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파리협정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바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사진=연합뉴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사진=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구체적인 탄소배출 감소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 목표치에 온실가스를 50%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한바 있다. 즉, 대통령이 목표치를 더 강화하기 전에 기업들이 선수를 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예쁨 받기 위해 무조건 정권에 부합한 전략을 내놓은 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같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펴지만 일방적인 제제가 아닌 합리적인 제제를 펼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유럽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EU는 2023년 이 제도의 시행을 목표로 오는 6월까지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도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의 발걸음도 급박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철강협회, 석유화학협회, 반도체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통상 이슈로 떠오른 주요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의 포집·저장·활용 분야별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포집기술은 주요 산업별로 중소규모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단계적으로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확보한다. 저장 기술은 내년 6월 가스생산이 중단되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통합 실증사업을 실시한다.

오는 2023년까지는 국내 대륙붕 탐사·시추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1억톤급 저장소를 우선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의 포집·저장·활용 분야별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기업들은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의 포집·저장·활용 분야별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사진=연합뉴스)

기업들도 탄소 저감을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과 SK E&S, E1,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효성중공업 등 에너지기업들이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세계적 탈탄소 흐름에 발맞춘 사업 전략을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ESG를 천명하는 것도 결국 탄소 배출을 조절하는 것이 생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3차 경제중대본 및 11차 뉴딜관계장관회의에서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추진전략’ 및 ‘새만금 그린+디지털 뉴딜 종합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국가시범 산단 3개소 조성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매년 4개소씩 2030년까지 총 35개소의 스마트 그린 산단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 권역의 경우 2029년까지 100MW 규모의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데이터센터단지를 만들고, 2030년까지 7GW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선박 접안 시간을 5% 단축하는 등 스마트 해운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스마트 해운물류 확산 전략’도 제시했다.

경제·환경 전문가들은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기술혁신에 나서고, 정부는 탄소 중립 정책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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