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청구건수 0.45%... 다행인건 근래 건수 증가세
의계와 약계, 분업총론 같아도 각론 대체조제는 상극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일 올해 10월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은 1만2834품목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를 20년 전 도입했다. 2001년 6월29일 건강보험심의위원회를 열고 "7월1일부터 보다 합리적이고 비용효과적인 의약품 사용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이 확보된 품목 중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저가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한 경우 약가 차액의 30%를 지급하는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를 시행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당국은 이 대책을 시행함으로써 "① 저가의약품의 사용을 유도하여 보험재정 및 국민의료비의 절감 ② 고가의약품의 약가 자진인하 유도 ③ 약국에서 생물학적동등성이 인정된 의약품의 저가구매 유도 ④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실시 동기를 부여하여 의약품 품질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당국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처음으로 입증된 577개 의약품 중 209개 품목을 인센티브 적용 품목으로 선정한 이래 오늘날까지 인센티브(장려금) 의약품 목록을 기계적으로 계속 공개해 오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체조제 장려금(인센티브) 지급대상 의약품 품목 수는 무려 6041%(60배, 12,834÷209)나 증가됐다.

하지만 지난 4일 심평원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약국의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청구건 수(108만여 건)는 조제료 총 청구건 수 2억4079만3000여 건의 0.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이나 묵은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인센티브제)의 초라한 성과다.  

하지만 이 제도의 생명력은 아직도 쌩쌩하다. 정부 당국의 당위적인 집착과 보살핌에 힘입고 있기 때문인데, 다른 제도 같았으면 벌써 폐기됐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체조제 장려금 제도 관련 통계분석 변화추이를 보면, 이 제도가 뒤늦게나마 빛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국이 고무될 수 있는, 일말의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지도 모를 현상이 나나타고 있다. 작년의 장려금 청구건수 비중은 0.41%로 재작년 0.3%보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데다 그 지급금도 작년 7억3392만여 원으로 재작년 4억9610만원보다 47.9%나 껑충 뛰었으니 말이다. 의미 있는 통계라고 보기엔 턱 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지켜 볼 일이다. 

이와 같은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의 미진한 성과의 주된 원인은, 국가가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분업이라는 선진적 수단을 도입하며 첫 단추를 꿸 때 의사ㆍ약사에게 부여한 처방권과 조제권이라는 직능적인 권한이 권력으로 변해 요지부동의 철칙으로 인식ㆍ고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과제가 저렇게까지 꼬일 리는 없지 않은가.

의사와 약사 모두가 '국민 건강을 위한 파수꾼'이라는 총론에는 서로 이의가 없지만 주된 각론 중의 하나인 '대체조제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서로 상극처럼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데 왜? 일까.

약사사회는 '대체조제'라는 명칭이 일부 환자들로 하여금 처방의약품과 성분ㆍ함량ㆍ효능ㆍ품질 등이 다른 의약품으로 바꾸어 조제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크므로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칭을 변경하면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이해도를 보다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의사사회는 '동일성분조제'라는 용어는 환자에게 대체 의약품이 동일한 약이 아닌데도 마치 동일한 약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조제의 전제가 되는 생물학적 동등성은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복제약의 생체이용률이 80%∼125% 범위에 든다면서 말이다.

대체조제 시 사후통보 수단으로 DUR(Drug Utilization Review, 심평원의 '의약품안심서비스') 시스템을 포함시키고 심평원이 의사(치과의사 포함, 이하 같음)에게 해당사항을 알리자는 국회의 방안에 대해, 약사사회는 사후통보 대상을 심평원으로 확대할 경우 사후통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사후통보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의사ㆍ약사 간 불필요한 갈등의 발생을 방지하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진료와 조제투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사회는 사후통보 과정에 심평원이 개입하게 되면 의사ㆍ약사 간 직접 소통이 단절되고, 통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오해·불신도 더욱 커지게 될 뿐만 아니라 제3기관의 개입으로 통보기한이 연장되면서 대체조제 통보제도의 취지가 희석되고 결국 환자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의사의 처방권을 약사가 대체조제 제도를 이용해 실질적인 성분명처방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까지 의심하고 있다.

약사사회는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지금과 달리 약국이 처방약의 수요 예측을 현실과 거의 같도록 보다 정밀하게 행할 수 있으므로 불용약 반품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사회는 대체조제 활성화가 불용 재고의약품 처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재고약 처리가 국민 건강권과 의사 처방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체조제와 관련된 핵심 사안을 놓고 두 직능사회 간의 시각이 천양지차로 다른 이유는, 행여 자칫하면 자신들의 처방권과 조제권이 조금이라도 손상을 입지나 않을까 극히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사사회와 약사사회가 대체조제 관련 사항들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것을 보면 조마조마하다. 심지어 국회에서까지도 말이다. 만약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감정까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상하면 앞으로 의약분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우리는 의약분업 직전의 극심했던 건강관련 사회혼란 상황을 아직도 기억하며 잊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상태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부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의 제 문제'라는 정책현안분석보고서 발간 사실을 밝혔다. 보고서 발간 시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하면서도 "대체조제 논의는 국민 건강권과 의약분업에서 명시한 진료권과 처방권과의 관계가 깊은 만큼 의료 전문가인 의사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영역"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체조제 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돼 예사롭지 않다. 

국가가 부여한 직능상의 권력을 스스로 내놓을 자 누구인가. 그렇다고 '짐(朕)이 곧 국가다'하는 시대도 아닌데, 직능 사회의 자의에 반해 법으로 부여된 권력을 다시 회수할 자 누구인가.

의사사회와 약사사회에 불변의 공통점이 있다. 분업과 대체조제와 연관된 갑론을박의 논쟁을 행할 때, 이제까지 봐온 것처럼 서로가 '국민의 보다 나은 건강을 위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 건강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라는 개념을 양자 공히 항상 바탕에 깐다는 점이다. 방법만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양자 모두의 논리가 성립되고 게다가 사회적인 직능상의 권력마저 근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이 막강한데, 어떤 자가 누구의 직능권을 대체조제 장려금을 위해 내 놓으라 할 수 있을까.

의사사회가 약사사회의 '성분명처방 요구'에 언제나 맞불을 놓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의사사회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바꾸려면 일본처럼 '선택 분업'을 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긴 시간 아직껏 효과도 별것 없을 뿐만 아니라, 개선책도 의사사회와 약사사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마냥 헛돌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로 인해, 행여 이 제도에 대한 양자 다툼의 불똥이 애써 정착된 의약분업의 몸통에까지 번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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