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사용 방안을 생각해 보자

이달 초 미국의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reSET-O의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reSET-O는 미국 Pear Therapeutics의 오피오이드 중독(OUD) 보조치료제로 FDA가 승인한 제품입니다.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며 환자는 의사 처방에 따라 약국 조제를 통해 사용합니다.

해당 논문에는 reSET-O의 성과가 소개됐습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환자 치료비용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른 부분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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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reSET-O는 치료제로써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reSET-O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환자에게 reSET-O를 공급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reSET-O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먼저, 우리나라의 상황을 봐야겠네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8월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를 디지털치료기기로 정의했습니다.

그러면 우선, reSET-O는 우리나라에서 치료제가 아닌 기기로 분류되겠네요.

다음은 처방입니다. 이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같습니다. 치료제 및 치료기기 등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대상 질병이 필요합니다.

치료제품이 해당 질병을 치료한다는 근거가 필요하겠네요. 디지털치료기기가 되려면 치료 작용기전에서 과학적·임상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사용할 사용자 역시 질병에 대한 지식은 물론 제품들이 갖고있는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이해하고 적용, 즉 처방 할 수 있어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직역은 의사 뿐입니다. 의사 처방에 따른 사용이 필수라는 의미지요.

남은 것은 처방입니다. 결국 이 부분이 궁금했죠.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허용된 디지털치료기기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야 환자 사용이 시작될까요.

 

온라인 약 판매·배송...미국과 우리나라 차이도 살펴봐야죠

reSET-O와 미국 의료시장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논문은 약국처방내역에 근거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 reSET-O를 처방받은 환자는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찾아가 약사에게 어플 설치 및 사용법을 설명받았을까요? 아닙니다. reSET-O 연구가 진행됐던 지역은 약품 온라인 판매 및 배달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이었습니다.

Pear Therapeutics는 의약품 조제·상담이 가능한 인력으로 구성한 온라인 상담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reSET-O 처방환자들에게 어플리케이션 설치 및 작동, 관리를 진행했죠.

우리나라에서 이는 모두 불법입니다. 약은 약사의 전문분야고, 약사는 허용된 범위(약국) 외부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죠. 디지털 치료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로써 우리나라에 도입된다 해도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찾아가거나 원내처방이 아니라면 디지털치료제를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웰니스, 간호사, 우리나라 업계가 활용한(할) 방식

업계는 여러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간보험상품과 결합된 건강관리 어플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거나 질병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지만 건강관리라는 개념에서 '웰니스' 방식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일부 민간보험 업체에서는 어플을 설치할 때나 이를 활용해 건강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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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는 건강관리 보조 수단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체들은 질병 치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인력 확보에도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인력은 의료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 입니다.

의료기기중 일부 제품에는 '의사의 처방과 지도감독하에 사용하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지도감독하의 행위가 인정된다면 간호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임상단계에서 간호사를 통한 치료기기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하죠.

그는 "디지털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의료기기로 구분돼 있어 해당 등급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이 없고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간호사 인력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디지털치료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 업계 고민이 '수가'라는 점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인·허가, 신의료기술평가를 넘는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권자(의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행위에 대한 대가 지불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서는 임상현장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과정 역시 필수입니다. 의료기기업계에 도전하는 많은 이들이 인허가 문턱을 넘더라도 보험등재,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좌절하는 이유 중 대부분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디지털치료기기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려면 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도 분명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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