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빛 인도 몬순 커피의 원두(사진제공: 커피 전문가 황호림)
황금 빛 인도 몬순 커피의 원두(사진제공: 커피 전문가 황호림)

인도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 홍차 생산지다. 전 세계 홍차 생산량의 35~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세계 커피 10위권의 국가기도 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2022년 발표를 보면 인도가 세계 커피 생산국 8위에 올라 있다. 생산량은 29만 8000톤. 세계 시장의 2.8%를 차지한다. 이는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중남미의 과테말라보다 앞선 수치다. 물론 세계 1위는 브라질(34.6%)이다. 

건축전문가면서 인도의 음식 연구가인 홍지은(50) 씨의 저서 ‘스파이시 인도’를 통해 인도 커피를 자세히 알아봤다.

“인도 하면 커피보다 홍차가 먼저 떠오르지만 인도는 주요 커피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커피 산지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굴 제국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음료도 바로 커피다. 귀족들은 아랍과 터키, 페르시아에서 그러하듯이 곱게 간 커피 가루를 카다멈(Cardamome·생강과의 향료) 등과 함께 진하게 끓여 마셨다. 특히 차따 촉(Chhatta Chowk·궁궐시장이 있던 곳)에는 당시 이슬람권에서 유행하던 커피하우스가 세워졌다. 귀족과 관료들이 이곳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 물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눴다. 아우랑제브 황제(1618~1707) 또한 커피를 좋아해 ‘평생 동안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는 ‘사망하기 두 해전에도 지방 제후로부터 원두를 선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스테인리스 잔에 담긴 인도의 커피
스테인리스 잔에 담긴 인도의 커피

 

“톡 쏘지 않고 둥글둥글한 숙성 커피 맛”

홍 씨는 책에서 인도의 커피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마이소르 너겟(Mysore Nuggets)이다. 바바 부단(Baba Budan)이 가져온 커피는 아라비카 종으로, 그중에서도 최상급 품종이다. 인도 최대 커피 생산지인 쿠르그(Coorge)에서 재배됐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커피 원두를 가리킨다.”

쿠르그 커피는 전통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재배됐다. 기후조건, 특히 4월에 내리는 가벼운 비가 쿠르그 커피 품질을 우수하게 만들어 줬다고 한다. 홍 씨의 설명은 이어진다. 

“두 번째는 몬순드 말라바(Monsooned Malabar)다. 말라바 해안(남인도 서해안) 항구에서부터 유럽까지 운송되는 몇 개월 동안 커피콩은 높은 습도와 몬순 계절풍에 노출되면서 특이한 변화를 보였다. 원래 녹색이었던 생두는 노랗게 변했고 크기는 약간 부풀었다.”

이 원두를 로스팅해 추출한 커피는 신맛이 줄고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를 뿜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운송 기간이 짧아져 유리한 점도 있지만 자연적인 몬수닝 효과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생두를 몬순의 수개월 간 해풍이 잘 통하는 곳에 펼쳐놓고 숙성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출판사를 거쳐 홍 씨와 통화했다. 홍 씨는 P건설사 인도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몬순 커피의 맛부터 물어봤다. 그의 대답이다.

“뭐랄까? 커피가 톡톡 쏘지는 않아요. 둥글둥글하다고 할까요? 숙성 커피니까요. 풍미가 아주 깊습니다.”

 

인도의 인부들(출처: 야후재팬)
인도의 인부들(출처: 야후재팬)

 

17세기 예멘 커피가 인도로 빼돌려져

아주 적절한 표현 같다. 인도의 커피는 언제부터 재배됐을까. 때는 바야흐로 17세기. 인도 남부는 힌두 왕조인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a‧승리의 도시라는 뜻) 왕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1649년 수니파 이슬람 왕조인 비자푸르(Bijapur) 왕국에 의해 멸망했다. 이후 1657년 즉위한 비자푸르 왕국의 술탄 아딜 샤히(Adil Shahi dynasty) 2세와 함께 이슬람의 한 수도사가 사당을 찾았다. 수도사의 이름은 ‘사이드 샤 자말딘 마그리브(Sayyed Shah Jamaluddin Maghribi)’.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바바 부단이었다. 예멘 출신인 그가 바로 커피를 몰래 훔쳐 인도로 간 인물이다.

바바 부단이 훔쳐간 커피가 심어진 곳이 마이소르 너겟 지역이다. 이 지역이 인도의 첫 커피 재배지였다. 재배과정에서 아픔이 있었다. 커피의 최대의 적인 녹병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물러서지 않고 커피의 품질개량에 온 힘을 쏟았다. 커피위원회를 만드는 등 정부의 뒷받침으로 생산량은 해마다 높아졌고, 수출도 늘어나게 됐다.

인도 커피는 풍미가 강하고, 신맛과 쓴맛의 균형이 좋아 마시기 편하다고 한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커피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통 인도 커피는 어떨까. ‘인디언 커피’란 소량의 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첨가해 거품을 낸 커피다. 이를 사우스 인디언 커피(남인도식 커피)라고도 한다. 인도식 커피 필터를 사용해서 내린 커피에 많은 양의 우유를 섞고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든다.

이 커피의 특징은 거품을 내는 방법에 있다. 스테인리스 컵 2개를 사용해서 커피를 높은 위치에서 여러 번 따른다. 마치 탄산음료와 같은 거친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시기 좋은 온도까지 내려가고, 공기에 노출되면 부드러운 풍미가 된다.

두 번째는 마살라(Masala) 커피다. 한마디로 인도식 카페오레를 말한다. 카페오레라고는 하지만 향신료가 들어 있어 부드러움 뿐만 아니라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마살라 차이와 같은 향신료가 사용되며 계피 등을 첨가한다.

마살라 커피라는 이름의 인도 음악 밴드도 있다. 2014년에 결성된 이 밴드는 인도 포크·블루스·팝·록 등 다양한 장르로 연주하고 있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향미

다시 인도의 몬순 커피로 돌아가 본다. 이 커피는 가는 방법, 로스팅 정도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로스팅 정도는 시나몬(얇은 배전), 미디엄(중간 배전), 하이(약간 중간 깊이 배전), 시티(중간 깊이 배전), 풀시티(약간 깊이 배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균형 잡힌 미디엄(중간 배전)을 추천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로스팅의 정도를 조절해 가면서 마시면 향미의 깊이가 더해 가기 때문이다. 독특한 향미의 인도 몬순 커피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든다.

인도 몬순은 생두 상태에서 이미 독특한 색을 띤다. 연한 녹색이 아니라 황금색이다. 당시의 운송 수단과 관련이 있다. 커피 전문가 유대준 씨는 저서 ‘COFFEE INSIDE(커피 인사이드)’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 인도에서 커피를 범선에 싣고 유럽으로 수출했다. 당시만 해도 수에즈 운하가 없어 멀리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6개월간의 항해 기간 중 습한 적도 지역의 해풍에 커피가 노출되면서 숙성됐다. 유럽에 도착할 때가 되면 커피 색깔이 Green에서 Golden Yellow로 바뀌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향미를 지닌 커피가 되었다. 그 독특한 향미로 당시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세계적 권위자인 커핑 마스터(Cupping Master) 케네스 데이비드(Kenneth Davids)는 ‘COFFEE’라는 책에서 인도의 몬순 커피를 이렇게 평가했다.

“몬순 바람에 의해 콩이 팽창되고 황금빛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향미는 깊은 산미가 배어난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도 입안에 중후한 맛과 과즙 같은 감칠맛이 남는다.”

세월이 흘러 수에즈 운하의 개통과 범선의 기선화로 인해 이런 커피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은 그 옛날이 그리웠다. 결국 커피콩을 인도에 부는 계절풍 몬순에 노출시키는 공정을 만들어냈다. 황금색의 모습과 신맛은 약하며 독특한 향을 가진 독특한 맛을 당시의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서다. 인도 몬순 말라바르(Malabar)AA가 대표적이다.

 

인도에선 커피 한 잔도 구원의 샘물?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인도는 어떤 나라일까. 멕시코의 철학자이자 교육자며 정치가인 호세 바스콘셀로스(Jose Vasconcelos·1882~1959)의 저서 ‘인도 연구’를 열어 본다.

“동물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인도인들은 수십억에 달하는 인류의 무관심 속에서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동족들을 위해 어려운 봉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회현실은 어디를 가든 열악하고 모든 문명은 불완전과 고통이라는 두 가지의 단조로운 상황으로 용해된다. 이 모든 것을 기초로 해 인도인들은 정신을 고양시켜 이 세상과는 격리된 승리를 획득한다. 인도인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유일한 것은 구원받는 것이다. 즉, 자신의 숭고한 운명 속에서 자력으로 영혼의 구원을 받는 것이다.”

동물에게도 자비를 베푼 인도인들에게 ‘차 한 잔, 커피 한 잔도 영원의 구원을 받는 숭고한 행위’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황금빛 몬순 커피를 떠올리면, 마음은 인도를 여행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