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육쌍전, 몸 공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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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육쌍전, 몸 공부도 필요하다
  • 전종만
  • 승인 2022.05.26 15:55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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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 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아침 6시. 알람이 울린다. 누운 채로 양팔을 머리 위로 쭉 뻗치고 무릎도 최대한 펴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다. 그 상태에서 좌우로 몸을 비틀어 보기도 한다. 그런 다음 무릎을 세워서 침대 바닥에 무릎이 닿게 좌우로 100회 정도 왔다 갔다 한다.

충분한 스트레칭이 끝난 후 정신이 좀 맑아졌다면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를 닦고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다. 먹을 때는 먹는 둥 마는 둥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20~30회 정도 꼭꼭 씹어 음식의 맛을 충분히 음미한 뒤 삼킨다.

출근길. 의도적으로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단전을 의식하고 아랫배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움직임을 충분히 느끼며 호흡한다. 직장에서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펴서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때 웃을 일이 있으면 미소보다는 파안대소를 한다.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있다면 탁구나 배드민턴처럼 몸통을 사용하는 운동을 땀이 나게 한다. 밤 11시. 잠자리에 들며 오늘 하루를 멋지게 함께 한 내 몸을 살펴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주의를 옮기면서 내 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피며 온 몸 구석구석에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지금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당신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풍부하게 분비되는 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우리는 삼독심(三毒心)에 휘둘리지 않고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려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지만 영육쌍전의 관점에서 보면 행복의 길은 마음 뿐 아니라 몸에도 존재한다. 영육쌍전은 수도생활과 현실생활의 원만한 조화이며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병진을 의미하지만 좁게 보면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완성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교당 순회를 다니실 때 변소와 마루 밑을 제일 먼저 살펴보았다고 한다. 모두가 소홀히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잘 정리되어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몸의 움직임은 마음의 반영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인 빌헬름 라이히는 사람의 성격이 몸의 자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완벽주의적 성격인지,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지, 자기중심적인지에 따라 특징적인 몸의 체형과 자세와 태도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마음을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특유의 찡그린 표정 때문에 양 미간에 오메가 글자 모양의 주름이 생기기도 하고 조현병 환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늘 표정이 굳어있다.

이처럼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감정은 외부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내 몸은 축적된 감정들이 만들어 낸 조형물이다. 따라서 몸을 이해하고 다루는 것은 감정 즉, 마음을 다루는 것과 같다.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근육이완법, 거북목과 같은 잘못된 자세습관을 고치는 알렉산더 테크닉,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습관화하는 진자운동 등은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키고 자기 성찰 능력을 키워준다. 이런 몸의 움직임은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 마음을 움직인다. 몸은 삶의 역사이다. 그 역사를 이해하고 돌보는 것은 삶을 어루만지는 것과도 같다. 몸과 마음은 주종의 관계를 넘어 상호의존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마음공부 못지않게 몸 공부도 필요한 이유다.

5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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