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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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기도
  • 박시형 교도
  • 승인 2021.10.26 00:30
  • 호수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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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개벽의 과학 10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br>지능형반도체포럼 위원장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지능형반도체포럼 위원장

꼭 종교를 따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기도한다. 절대자에게 기도하는 대부분 종교의 기도에 비해서 원불교에서는 일심으로 하는 나의 기도가 허공법계에 쌓이게 되고, 인연에 따라서 실제 영험으로 나타난다고 가르친다(〈대산종사법문〉 교리편 82장 외). 허공이 클라우드 컴퓨터와 같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과학에서는 기도와 기도의 영험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할까? 진화론의 과학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지난 300년간 발전해온 인간 진보의 발자취 중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적인 발견이 ‘진화론’이다. 진화론의 핵심은 생물에게는 자손대대로 ‘형질’이라는 것이 전승되는데, 어떤 이유에 의해서 급격하게 ‘형질의 변화(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이 돌연변이 형질이 자손에게로 유전이 된다는 가설이다. 그리고 형질의 변화가 계속 살아남을지는 자연이 선택한다는 생각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말이다.

갈라파고스섬에서 생존한 생물의 모습(예로 새 부리 모양 등)이 본토의 동물의 모습과 다른 것을 관찰한 후 내린 결론이다. 갈라파고스라는 섬의 자연환경에 맞는 놈만 살아남은 것을 ‘자연이 선택했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신이 사람의 모든 형상을 빚어냈다는 생각이 서슬 퍼렇게 인간을 옥죄던 시절, 인간의 형질을 자연이 선택한다는 생각, 그리고 사람 또한 다른 생물의 진화 법칙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생각이 당시 종교적 신념과 충돌했다. 지금도 일부이긴 하지만 충돌하기도 하고 공존을 꾀하기도 한다. 종교의 생명, 아니 인간 생각의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들어서 생물의 형질이 DNA라는 분자물질의 구조에 저장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분자 생물학의 출현이다. 그리고 DNA의 변화는 몇 세대 만에 쉽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나의 피부 세포에 있는 DNA는 자외선이나 생활 습관에 의해서 쉽게 변할 수 있지만, 은밀한 곳에 있는 생식세포의 DNA는 안전하게 보호되어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기도하고 참선을 해도 이러한 좋은 형질이 다음 세대에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에 반기를 든 과학적인 발견이 2007년에 발표됐다. 즉 비만형 형질을 가진 쥐에 메틸기를 포함한 음식을 먹인 후, 그 쥐가 날씬해지고 털 색깔도 변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쥐의 자손이 계속 날씬하고 털 색깔도 변화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음식을 잘 먹으면 그 형질이 자식뿐만이 아니라 손자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이다. DNA 구조만이 형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DNA 구조에 ‘메틸기’라는 간단한 화학 분자가 달려서 DNA의 형질이 발현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마치 도시의 신호등 개수는 변하지 않더라도, 빨간 파란불을 어떻게 키는가에 따라서 도시 신호등 체계의 효능이 크게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를 ‘후생 유전학’이라고 하는데, 지난 10여 년간 생물학계뿐만 아니라, 철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명상을 많이 한 사람의 메틸기가 변화해서 ‘좋은 DNA 형질이 발현’하도록 한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기도하고 선을 하고, 또한 참회하는 선한 행동들이 메틸기를 통해서 나를 변화시키고, 나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유전된다는 것은 놀랍고 신기하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 사람의 메틸기 또한 변화시킬 것이다. 나의 기도가 허공에 저장된다는 원불교 가르침이 아마도(일부는) 메틸기를 통해서 형질로 저장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는 은혜의 인드라망을 말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천지·부모·동포·법률은은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욱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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