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함대 정보함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는 우크라 자폭무인정[우크라 국방부 트위터 캡처]
러시아 흑해함대 정보함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는 우크라 자폭무인정[우크라 국방부 트위터 캡처]

2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망신살 행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번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을 자처하던 러시아가 '잽도 안되는' 우크라이나의 타격에 손실과 함께 자존심이 송두리째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특히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맥가이버'처럼 무기화하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는 제대로 된 방어도 못하고 당하는 실정이다.

러시아 흑해함대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다 피파되는 우크라 자폭무인정[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 흑해함대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다 피파되는 우크라 자폭무인정[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런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가 바로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정보함 '이반 후르스'(Ivan Khurs)에 대한 자폭무인정(USV)에 의한 피격 시도 사건이다. 

이반 후르스 함의 손상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은 러시아에게는 또 다시 망신살로 지적됐다. 

지난해 4월 발생한 흑해함대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지대함미사일에 격침된 이후 러시아 수상함에 대한 세 번째 USV 공격 시도로 앞으로도 유사 사건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 "큰 손상" vs 러시아 "아무런 손상없이 안전 귀항"

이 사건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 24일 오전 5시30분께(현지시간) 튀르키예 배타적 경제수역을 항해하던 이반 후르스함에 우크라이나가 USV 세 척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한 것이 핵심이다.

이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을 끈 것은 다음날 미국 CNN 방송과 해군 전문지인 네이벌뉴스(Naval News) 등 외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부터다. 

외신은 이반 후르스함을 공격하는 USV가 직접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트위터를 인용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고속으로 이동하는 USV가 사격을 뚫고 이반 후르스에 수m 거리까지 접근해 후미 부분에 충돌하기 직전으로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정보함 이반 후르스가 우크라이나 드론을 만났을 때"라고 설명하면서 "정말로 잘 어울리는 짝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CNN은 자체 분석 결과 영상에 등장하는 러시아 해군 함정이 실제로 이반 후르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보함에 대한 접근 사실을 확인하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트위터 캡처]
러시아 정보함에 대한 접근 사실을 확인하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트위터 캡처]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반 후르스함이 공격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를 모두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USV가 이반 후르스에 접근하기 전 사격을 가해 모두 파괴했으며 이반 후르스는 이후에도 계속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우크라 자폭무인정 격퇴 장면[러시아 국방부 제공]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우크라 자폭무인정 격퇴 장면[러시아 국방부 제공]

그러면서 무인정이 직격탄을 맞고 폭발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CNN은 이반 후르스가 실제로 피해를 입었는지, 피해를 입었다면 어느 정도일지는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자폭무인정에 피폭된 것으로 알려진 '이반 후르스'함이 아무런 손상없이 귀항했다고 주장하는 트위터[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자폭무인정에 피폭된 것으로 알려진 '이반 후르스'함이 아무런 손상없이 귀항했다고 주장하는 트위터[트위터 캡처]

이반 후르스에 바짝 달라붙은 우크라이나 무인정에 실린 폭발물이 불발됐거나, 폭발했더라도 제한적인 피해만 줬을 수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2017년 취역 후 흑해함대 '눈동자' 역할...만재배수량 4000t급 정보함

지난 2017년 3월 취역한 만재배수량 4000t급의 이바노프급(Ivanov-class)급인 이반 후르스는 함대의 '눈동자' 역할을 해왔다.

길이 95m, 폭 16m, 최대 시속 37km, 최대항속거리 1만3000km인 이반 후르스함은 같은 급 정보함으로는 두 번째함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러 흑해함대 소속 정보함 이반 후르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러 흑해함대 소속 정보함 이반 후르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애초 러시아는 1호함으로 지난 2013년 9월 취역한 '유리 이바노프' (Yuri Ivanov)를 시작으로 모두 4척의 같은 급 정보함을 취역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두 척만 운영 중이다.

정보함 임무에 맞게 전자전과 통신 감청 등 임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우크라, 자폭무인정과 자폭드론 실전에 첫 동시 사용 

지난해 10월 29일 우크라이나는 흑해함대 모항이 위치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대해 USV와 자폭드론을 동시에 동원해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격에는 7척의 USV와 8대의 자폭드론이 동원됐으나 모두 격퇴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어 소해함 '이반 골루베츠'(Ivan Golubets)가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고 시인했다.

우크리아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유류저장탱크[세바스토폴 시장 트위터 캡처]
우크리아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유류저장탱크[세바스토폴 시장 트위터 캡처]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동영상을 통해 USV의 실제 표적이 드론 방어망이 없는 '그리고로비치급'(Grigorovich-class) 호위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네이벌뉴스는 우크라이나가 비대칭작전(asymmetric operation)의 하나로 '카미카제'식 SUV를 동원한 것은 해전사에 새로운 획을 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사건도 SUV를 동원한 비대칭작전의 하나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크림대교 폭발 사건[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크림대교 폭발 사건[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난 2018년 5월 개통된 크림대교 개통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참석, 한때 '푸틴의 자존심'으로 평가받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교량이다. 

모스크바함에 이어 흑해함대 새 기함이 된 '마카로프 제독함'(Admiral Makarov) 등 흑해함대에 이런 비대칭작전을 통해 조금이라도 손상을 끼치면 심리전에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로서는 자존심이 더 구겨지는 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해전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는 칭찬을 받게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새 기함 '마카포르 제독함'[Naval News 캡처]
러시아 흑해함대의 새 기함 '마카포르 제독함'[Naval New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