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 부문 수장인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이 세계 금융시장과 자국 부동산의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하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금융수장인 궈수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 주석 .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금융수장인 궈수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 주석 .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올해 경제 운용 방향을 확정할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하기 직전 중국 고위 금융 당국자의 강력한 '경고음'이 나오자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했다.

 궈 주석은 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모두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편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구미 선진국에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흐름이 배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만간 조정이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궈 주석은 세계 금융시장의 거품이 꺼질 때 중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지금 중국 시장은 외국 시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외국 자본도 지속해 들어오고 있다"며 "외국 금융시장의 거품이 언젠가 꺼질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궈 주석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도 거품이 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영역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거품이 비교적 크다는 것"이라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최대 '회색 코뿔소'"라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란 예측이 어려운 돌발 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와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궈 주석은 "매우 많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투기 차원에서 집을 사는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궈 주석의 발언은 중국 안팎에서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인해 형성된 자산 거품이 언젠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양회 개막 직전 나온 금융 부문 최고위 당국자인 궈 주석이 발언에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를 통해 예산, 재정 적자 규모, 통화정책 기조 등 올해 경제 운용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작년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 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

    작년 중국이 세계적으로 드문 플러스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재조명되면서 중국은 올해 경기 부양 강도를 크게 낮추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 초점은 중국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시점과 강도에 맞춰져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상승세로 시작한 중국 증시는 궈 주석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마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기관인 은보감위를 이끄는 궈 주석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당서기를 겸하고 있다. 당 서열을 기준으로 보면 이강(易綱) 인민은행 행장보다 높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금융시장과 자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매우 우려한다'는 중국의 은행 감독 부문 최고 당국자의 발언은 세계 2위 경제국의 긴축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궈 주석은 최근 민감한 주제가 된 핀테크 영역 규제와 관련해서도 일부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궈 주석은 "핀테크 회사들이 은행을 해도 좋고, 소액 대출회사를 해도 좋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들(핀테크 업체들)이 기타 금융 기구처럼 충분한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역사적인 문제를 고려해서 과도기를 주겠지만 최장 2년 안에는 정상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마윈(馬雲)이 지배하는 앤트그룹이 자본금을 대폭 확충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