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수려한 그래픽 위에서 뛰노는 배틀로얄, 섀도우 아레나 리뷰

  • 입력 2020.05.25 16:5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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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이라는 소실이 있다. 1999년 출간된 일본 소설인데, 정부의 프로그램에 의해 중학교의 한 학급이 최종 승자가 남을 때까지 서로 살육을 하는 내용이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 세밀한 캐릭터 등으로 문제작이라는 평을 받았고, 이 후 2000년에 영화화, 2005년에 만화화도 된 소설이다. 영화와 만화 역시 소설의 내용을 잘 반영했고, 연출도 훌륭해서 각각 크게 흥행한 콘텐츠다. 단순히 콘텐츠가 흥행한 것뿐 아니라 지금도 게임이나 영화, 만화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쓰이는 데스매치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대중에게 알린 콘텐츠다. 이제는 배틀로얄이라는 말이 영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취급되고 있을 정도.

앞에서 이야기한 이 배틀로얄 영화, 만화는 사실 필자 같은 아재가 기억하는 배틀로얄이고, 젊은 게이머들에게 배틀로얄은 곧 배틀 그라운드로 귀결된다. 배틀 그라운드, 약칭 배그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작은 섬에 무작위로 떨어져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총과 무기를 수집하며 겨루는 배틀로얄 형식의 FPS 게임이다. 스팀을 통해 전 세계 동시 출시를 한 배그는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300만 명이 넘는 스팀 역사상 최다 동시 접속자 기록을 세웠다. 배그의 성공 이후, 수 많은 게임들이 배그와 같은 배틀로얄 형식의 게임을 내놓았고, 스토리 위주의 FPS 게임이었던 콜 오브 듀티조차 배그와 같은 형식의 온라인 게임 모드를 출시했다. 기본적으로 배틀로얄의 대명사인 배그가 FPS 게임이라 대부분의 배틀로얄 게임이 FPS 게임이지만 중간 중간 이를 액션으로 이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도가 결정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521, 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섀도우 아레나다.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으로 개발사 역시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 어비스다. 개발 과정에서 꾸준히 일반 대중을 상대로 테스트를 하며 피드백을 받았고, 검은사막으로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라선 펄 어비스가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보니 출시 전부터 게이머들의 기대가 컸던 게임이다.

배틀로얄로 이식된 검은사막

필자는 검은사막을 제대로 플레이해보지 않았다. 물론 필자 역시 진성 게이머라 새로운 게임, 그게 대작이라면 혼자 PC방을 가서라도 무조건 플레이 해 보는 편이다. 그래서 검은사막 역시 5~6시간 정도? 플레이를 해보긴 했다. 하지만 검은사막의 방대한 콘텐츠에 비하면 거의 손톱의 때 수준이니만큼 제대로 플레이 해봤다고 말하긴 어렵다.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검은사막의 용어, 흑요정이라든가 검은 장막 같은 용어가 그대로 사용된다. 스토리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스토리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탄탄한 편인 대형 MMORPG, 검은사막에서 갈라져 나온 게임이라기엔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왜 이런 난장판 배틀로얄이 벌어지는지 정도는 알려줬으면 했는데, 게임 내에서는 설명이 없다. 홈페이지나 자료를 찾아보면 대략적인 설명이나 배틀로얄의 세계관은 잡혀 있지만 정작 인게임에서는 아무런 인트로나 튜토리얼 없이 바로 게임으로 들어간다. 아직 얼리 엑세스이니 만큼 언젠가는 추가될 거라 기대한다.

사실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의 특정 모두에서 갈라져 나온 게임이다. 2018년 말부터 20194월까지. 검은사막에 도입되어 많은 유저의 호응을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아예 독립된 게임을 개발하게 된 것. 유저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펄 어비스답게 2019년 말부터 20203월까지 총 3차례의 클로즈베타를 진행했고, 521일 사실상 오픈 베타인 얼리 엑세스로 출시되었다.

배그와 사이퍼즈를 섞은 방식

진행방식은 배틀로얄과 AOS 장르를 적절히 섞어 놓았다. 배그와 사이퍼즈를 섞어 놓은 느낌이랄까. 캐릭터는 총 10. 각 캐릭터별로 총 4개의 스킬이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35명이 모일 때까지 대기하는 방으로 입장하고, 이 곳에서 자유자재로 스킬을 쓰며 연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35명이 모이면 게임이 시작. 흑정령이 되어 맵 곳곳으로 쏘아진다.

처음 쏘아지고 나서 할 일은 곳곳에 지나칠 만큼 많은 몹을 사냥하는 일이다. 몹을 사냥하면 보물상자가 떨어지고, 이 상자를 먹어 미리 세팅된 스스로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스킬을 배워 캐릭을 육성한다. 이런 부분은 흔한 액션 AOS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조작 방식은 사이퍼즈와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은 맵 곳곳에 몹이 넘쳐난다는 점이며 일부 특정 몹은 처리 시 특별한 버프를 부여한다는 것 정도다.

쏘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안전거리가 줄어드는 점은 배그와 같다. 다만 배그에서는 안전지역 밖에서는 지속적으로 체력이 깍이는 식이었지만, 섀도우 아레나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패널티가 적용된다. 구역은 크게 3.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안전구역과 전투구역, 검은 장막이다. 안전구역에서는 HP가 소량씩 계속 차오르고, 전투지역에서는 아무런 버프도, 패널티도 없다. 검은 안개가 짙게 내려 앉은 검은 장막에서는 따로 데미지를 받지는 않지만 움직임이 느려지고, 기본적으로 받는 데미지가 늘어난다. 일부 고수들은 이를 이용해 전투지역과 검은 장막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배경, 화려한 연출. 눈이 즐겁다.

출시 때부터 그래픽 하나만큼은 믿고 즐겼던 검은 사막을 베이스로 한 만큼, 볼거리는 많다. 검은 사막과 같은 엔진을 활용해서 작동 방식이나 그래픽이 모두 검은 사막과 동일하다.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 현재 총 10종의 캐릭터가 나와 있는데, 모두 검은 사막의 클래스에서 기인한 캐릭터들로 스킬 구성도 원작의 클래스를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액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타격감인데, 이 역시 수준급. 필자가 검은 사막을 플레이할 때 감탄했던 게 이 게임의 장점으로 그대로 계승되어 있었다. 바로 전투와 액션의 연출 부분이다. 캐릭터들의 평타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별거 아닌 스킬도 이펙트가 화려한 편이다. 때리고 있으면 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맞고 있으면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주 전투 대상이 몹이었던 검은 사막과 달리 섀도우 아레나의 주 전투 대상은 같은 유저다. 온라인 액션에서 중요한 건 스킬 하나하나의 타격 판정이다. 이건 필자가 사이퍼즈를 할 때도 느꼈던 건데, 3D로 구성된 액션 AOS에서는 내 스킬 하나가 적에게 적중했는지, 안 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문제는 반응 속도가 느리고 조작이 미숙한 필자 같은 이들은 이 타격 판정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잡기 기술, 혹은 제압기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데, 가만히 있는 몹과 달리 방방 뛰어 다니는 유저에게 이 기술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활이나 주문 같은 투사체 역시 마찬가지. 필자는 분명히 강력한 활 기술을 적에게 맞췄는데, 적의 잡기 판정이 먼저 들어가서 데미지는 안 입고 필자 혼자 내던져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를 판단하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지만 모든 사람이 게임을 잘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문제의 해결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키 포인트는 초심자도 즐길 수 있는 밸런스 조절.

섀도우 아레나의 전투 자체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단점 역시 존재한다. 먼저 장르로 인한 한계성. 이는 앞에서도 살짝 언급한 부분인데, 유저와 유저의 대결을 근본 콘텐츠로 하는 게임의 경우, 게임의 난이도가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유저의 대결이 기본 베이스로 깔린 이 게임의 난이도라는 것은 평균적인 유저의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보자. 게임에 흥미를 느낀 초심자가 섀도우 아레나를 플레이하기 시작한다. 간단한 조작방법을 숙지하고 게임에 참여. 35명과 함께 게임을 시작한다. 처음이니만큼 이리 저리 헤매기도 할 거다. 그래도 열심히 파밍하며 적과의 조우를 기다리는데, 별안간 유저 하나를 만나 갑작스럽게 전투에 들어간다. 그리고 뭘 해보기도 전에 처참하게 찢기고 던져져서 죽는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다. 액션 AOS 게임은 대전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다. 같은 캐릭터라도 조작하는 이에 따라 그 강함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대전 게임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숙련도가 지나치게 높은 이들이 초심자를 학살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많아진 것. 섀도우 아레나 역시 이런 고인물이 될 여지가 많다. 일단 게임 자체가 조금 어렵다. 나의 스킬과 적의 스킬 구성을 미리 알아야 하고, 각 스킬의 판정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회피와 반격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히 스킬 이펙트의 화려함에 반해 게임을 플레이한 초심자는 그 화려한 스킬을 적에게 한 번도 맞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플레이만 했다 하면 죽는 게임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이 부분에서 배틀로얄의 선구자인 배그는 운에 기대는 요소, 혹은 일발 역전의 가능성이 있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무쌍을 찍고 다닌 고수가 있어도 초심자의 눈 먼 총알에 맞아 리타이어 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섀도우 아레나는 그런 일발 역전이 나오기 힘들다. 물론 이렇게 조작이 미숙한 초심자들을 위해 게임 시작하고 일정 기간까지는 죽어도 다른 장소에서 부활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고인물 대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인물 대전이 될 것인가. 갓겜이 될 것인가.

얼리 엑세스로 출시된 섀도우 아레나는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 기본적인 튜토리얼도 제대로 없어서 모든 걸 직접 부딪쳐가며 알아야 하는 만큼 초심자를 위한 튜토리얼도 만들어야 하고, 각 캐릭터 간 밸런스도 맞춰야 한다. 지금은 돌진계 전사인 슐츠가 워낙 쉽고 강력해서 거의 슐츠 판이 되고 있다.

개선점이 많지만 기본이 되는 그래픽과 타격감이 워낙 탁월해서 갓겜으로서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관건은 밸런스. 과연 고인물 대전이 될 것인지, 새로운 액션 배틀로얄이 될 것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액션성은 뛰어난 편이니 호쾌한 액션을 즐기는 이들은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다만, 본인이 안 죽을 것이란 자신감은 조금만 접어두길. 스트레스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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